성균관대 교수가 대학원생들을 동원해 딸을 대학과 대학원에 부정입학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은 성균관대 로고 이미지.
성균관대 이아무개 교수가 자녀의 대학 및 대학원 입학을 위해 대학원생들을 동원해 학술대회 발표 자료는 물론 동물실험 논문까지 작성하도록 한 사실이 교육부 특별조사에서 확인됐다. 교육부는 성대에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이 교수와 자녀 두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는 25일 ‘성균관대 교수 갑질 및 자녀 입학비리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1~2월에 진행된 교육부 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를 유명 대학과 대학원에 입학시키기 위한 이 교수의 ‘빗나간 사랑’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이 교수는 2013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딸 ㄱ씨의 대학 입학을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하는 국제청소년학술대회 논문 발표 자료를 대학원생들에게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ㄱ씨는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았고, 이런 경력을 토대로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과학인재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이 교수의 대학원생을 동원한 입시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학생이 된 ㄱ씨는 2016년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16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지원해 선정된다. ㄱ씨가 해야 할 동물실험 연구에도 이 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이 동원됐다. 대학원생들은 ㄱ씨를 대신해 실험을 하고 보고서, 포스터를 작성했다. 정작 ㄱ씨는 연구 기간 동안 연구실에 2~3회만 방문하고, 연구 기간 중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 가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심지어 동물실험 과정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의 일부 결과값이 가설과 다르게 나오자 실제 실험 결과와 다른 임의값으로 조작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ㄱ씨는 이렇게 작성된 연구보고서 등을 토대로 대한면역학회가 주는 ‘우수 포스터상’을 받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는 ‘우수연구과제상’도 받았다.
나아가 이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학원생들에게 논문 작성도 시켰다. 그 논문은 ㄱ씨가 단독저자로 표기됐고, 2017년 5월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시각장애인 점자책 입력을 대학원생에게 시킨 뒤 사례금 명목으로 50만원을 지급하고 ㄱ씨의 봉사활동 경력으로 활용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작된 경력들을 토대로 ㄱ씨는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해 지난해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교수는 연구실 대학원생들의 졸업과 향후 진로에까지 영향력이 있었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학원생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와 ㄱ씨는 “대학원생들의 일부 조력은 있었지만,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복수의 대학원생 증언과 여러 정황을 토대로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고 보고 성대에 이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ㄱ씨가 재학 중인 학교에는 대학원 입시에 부당 제출한 실적들을 전달하고, 학교 규정에 따라 조처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 교수를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ㄱ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 교수의 다른 자녀인 ㄴ씨가 대학원에 입학할 때도 비슷한 ‘갑질’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함께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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