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일제 징용 피해자와 가족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hani.co.kr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국내 자산 압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25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22일 대전지법이 “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 2건과 특허건 6건에 대한 압류명령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미쓰비시 자산은 ‘동결’됐다.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대리인단의 김정희 변호사는 “미쓰비시의 대응을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쓰비시 국내 소유 재산은 동결했으니 특허권 등에 대한 환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환가 절차는 압류한 특허권을 경매해 돈으로 찾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이 법원에 제기한 압류 채권액은 8억400만원이다. 김 변호사는 “특허권의 재산 가치를 확인할 수 없으나, 일반적인 대기업의 특허권 가치 액수를 고려할 때 채권액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쪽은 환가 절차가 시작돼 일본 기업이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되면 경제보복 등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대전지법의 재산 압류 결정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고, 원고 측에 의한 압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이라는 관점에서 관계 기업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해 갈 것”이라는 기존의 원칙만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로서는 사법부의 판단에는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지킬 것이다. 당장 일본 기업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일본이 경제보복 등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조처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압류 자산을 현금화하는 단계는 아니어서, 일본이 당장 조처를 취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고령이어서 현금화를 계속 늦출 수는 없고, 조만간 현금화에 나서게 되면 일본이 강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장예지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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