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법원 김은경 전 장관 영장 기각…청와대 겨냥 검찰 수사 제동

등록 2019-03-27 04:59

주요 혐의 짚으며 “다툴 여지 있다”
국정농단·탄핵 등 사유 언급 이례적
‘환경부 표적 물갈이’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설명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환경부 표적 물갈이’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설명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표적 물갈이’ 의혹과 관련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26일 새벽 기각됐다. 환경부를 넘어 청와대로 향하던 검찰 수사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김 전 장관이 이미 퇴직해 관련자들과 접촉하기가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 위험이 적다”고 밝혔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의 혐의를 두고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영장 기각 사유인데, 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김 전 장관이 받는 주요 혐의에 관해 조목조목 짚었다.

법원은 우선,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란 특수한 사정을 들어 일괄사직과 표적감사 자체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박 부장판사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하여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되었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새로 조직된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월 환경부가 작성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으로, 한국환경공단 등 산하기관 8곳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또는 제출 예정 여부 등이 담겨 있다. 자유한국당 등은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해왔으나 청와대는 ‘체크리스트’라고 반박했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후보들에게 미리 면접 자료를 제공하는 등 특혜성 채용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고의적인 불법’은 아닐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청와대와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 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위법성 인식 자체를 밝힌 것은 법원이 아예 본안 재판처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수사를 오래 해온 한 검찰 간부는 “법원이 ‘기존에 관행적으로 했을 때 법률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으니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히 심리해 결정을 내리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수사를 정상적으로 하기 쉽지 않고, 영장을 다시 청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청와대를 겨냥하던 검찰 수사도 호흡 조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최근 3개월 동안 압수수색과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법원에 제출한 증거기록도 수천 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영장 기각에 청와대는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적법하게 행사될 수 있는지, 법원이 그 기준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동시에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의 법원 압박과 가이드라인이 기각 사유와 대동소이하다. 정치 상황까지 고려한 판단으로 보여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어떤 건 적폐고 어떤 건 관행인지, 관행이면 인정을 해야 한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며 “검찰은 증거에 따라 ‘윗선’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 정환봉 성연철 정유경 기자 givenhapp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