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른둥이’ 출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제 때 평가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적정한 도움을 주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뱅크
유경아(36)씨는 임신 32주 만에 아들(9)을, 임신 35주 만에 딸(2)을 낳았다. 두 아이 모두 ‘이른둥이(미숙아)’이다. 다운증후군 있었던 첫째 아이는 생후 50일부터 발달치료를 시작해, 만삭둥이 아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걷기를 시작했다. 첫째 아이 치료를 위해 재활병원에 자주 간 그는 움직임에 문제를 겪는 이른둥이들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한 까닭에 둘째 아이의 운동발달이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건지 불안이 컸다. 그러나 특별한 질환이 없는 둘째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정부는 6살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영유아건강검진을 진행하는데, 2차 검진(생후 9~12개월)에 운동발달 검사가 포함돼 있다. 둘째가 생후 10개월이 됐을 무렵 이러한 검진을 통해, 다른 아이들에 견줘 발달이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발달이 얼마나 어떻게 느린 건지,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질 않았다. 그는 “이른둥이가 잘 자라는지 정기적인 평가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또 이상이 있으면 적정한 처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마다 ‘이른둥이’ 출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제 때 평가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적정한 도움을 주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출산 시대, 체계적인 이른둥이 지원 정책 마련 토론회’에 참여한 대구보건대 고주연 교수(물리치료학)는 “태어나고 만 5살까지 운동발달(특정 연령에 적합하다고 정의된 자세 및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회성이나 인지발달과 밀접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른둥이의 경우엔 운동발달이 더디거나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아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많다. 국외 논문을 보면 이른둥이 41%에서 만 5살 무렵 발달성협응장애(운동기술 발달이 지연돼 움직임 서툴고 균형조절 어려움 겪는 것)가 나타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선 이른둥이 운동발달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도구가 개발돼 있지 않다”며 “적정한 평가를 통해 부족한 아이들이 가정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치료가 필요할 경우 병원을 찾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송은경 팀장도 “이른둥이 부모들은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의학적 문제가 없는 경우엔 현저한 발달 지연이 일어난 후에나 평가·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고 부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자보건법상 이른둥이란, 임신 기간 37주 이전에 태어나거나 출생 당시 체중이 2.5kg 미만인 영유아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7년 태어난 아이 가운데 임신 기간 37주 이전 출생아는 2만7098명(7.6%)으로 10년 전에 견줘 1.5배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내는 보건사회연구 2016년 12월호에 실린 논문 ‘미숙아 지원정책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출생아 약 43만8700명 가운데 4만4000명(약 10%)이 이른둥이였다. 2013년 기준 오이시디(OECD) 국가 평균 이른둥이 출산율이 6.6% 가량임을 감안하면, 국내 이른둥이 출산율은 높은 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른둥이 출생 증가는 사회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6일 토론회에 참여한 건양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성기 교수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고령 임신으로 인해 조산이 늘고, 난임 문제 등으로 (인공임신) 시술이 많아지면서 다태아 출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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