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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신 중 업무 때문에 생긴 ‘아기 질병’…산재로 인정하라”

등록 2019-04-01 15:33수정 2019-04-01 15:41

공공운수노조, 대법원에 위헌 신청 요구
산재법 5조 태아는 산업재해 인정 안 돼
“엄마와 태아는 동일체…자녀도 적용돼야”
1일 오전 서울 대법원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주최로 열린 ‘임신 중 여성 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 건강손상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대법원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주최로 열린 ‘임신 중 여성 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 건강손상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엄마와 엄마 뱃속에 있는 아이가 어떻게 다른 존재일 수 있단 말입니까?”

임신한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돼 자녀(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건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1항이 규정한 ‘업무상 재해’에 노동자의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위헌임을 인정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지난 2009~2010년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유산·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 집단피해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15명 가운데 9명이 유산을 경험했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 피해 간호사들은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모두 반려했다. ‘산재보험은 노동자 본인의 재해만을 의미하며, 자녀는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2년 제주의료원이 서울대에 의뢰한 역학조사 등에선 간호사들의 업무와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 발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행정소송으로 넘어갔고 피해자들은 1심에서 청구권을 인정받았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며 3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들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대리하는 조이현주 변호사는 “현행법상 태아는 상속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어머니와 동일한 존재로 인정된다. 따라서 어머니의 업무로 인해 태아에게 생긴 건강 손상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건 헌법 제32조 4항(여성의 노동 보호 및 차별금지)과 제36조 2항(국가의 모성보호 의무) 등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병원 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반도체·전자산업 공장에서도 가임기 여성이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돼 자녀가 ‘2세 질환’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 해결에 힘써온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반올림 중재안에 ‘2세 질환’에 대한 보상이 포함된 뒤 4개월 동안 반도체 공장 노동자 자녀들의 2세 질환 의심 제보가 19건이나 들어왔다”며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 문제는, 노동자를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지 않은 사업주의 탓이 큰 만큼 국가가 산재인정 판결을 통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역시 “독일은 1969년 어린이병동에서 근무하다 풍진에 걸려 뇌손상 장애를 가진 자녀를 출산한 간호사의 소송을 계기로 여성 노동자의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에 산재보험을 적용하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우송대 산학협력단 연구용역을 통해 지난해 12월 발간한 ‘자녀 건강손상에 대한 산재보상 방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가임기(16살 이상 40살 이하) 여성노동자 354만575명 가운데 노동현장에서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된 숫자는 최소 10만6669명으로, 이들의 선천성 질환아 출산율은 다른 가임기 여성노동자보다 33% 높았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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