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노조라는 이유로 소속 노조원이 부당대우를 받은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면담을 요구한 노조 간부들을 징계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2일 전국집배노동조합과 노조위원장 등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 처분이 “근로자가 노조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임에도 불이익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은 우정사업본부 산하 5개 노조 중 하나다. 집배노조를 제외한 4개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로 교섭대표노동조합(교섭노조)을 두고 있어 집배노조는 소수 노조로 분류된다. 그러던 중 2016년 집배노조에 소속된 직원이 승진심사에서 탈락하고, 그보다 경력이 부족한 교섭노조 소속 직원이 승진하는 일이 발생했다. 집배노조 노조위원장 최승묵씨는 인사담당자와 승급심사위원에게 소속 노조원의 탈락 경위를 물었으나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집배노조는 이번 승진탈락 사건이 노조 소속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집단행동을 결의했다. 최 위원장과 집배노조 사무부장 등 18명의 조합원은 아침 6시55분께 우체국 승강기 앞에 집결해 승진 심사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우체국 쪽은 아침 7시께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노조는 이에 응하지 않고 대기했다. 결국 아침 8시20분부터 출근한 간부들을 만나 간부들은 9시20분까지 면담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집배노조 위원장과 사무부장은 이 일로 1~2월의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를 인정하지 못한 두 간부는 소송을 내 징계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다. 이어 징계처분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취지로 구제신청을 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기각해 다시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간부들과 노조원의 면담 대기는 “쟁의행위가 아닌 조합활동에 해당한다”며 “우정사업본부의 징계는 근로자의 노조 운영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승진심사 탈락에 대한 노조의 차별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단결권 강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이를 위한 면담 대기도 정당한 조합 활동으로 보았다. 또 “노조원들의 집결이 우체국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집배노조처럼 면담 대기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그간 단 한건도 없었다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간부들의 징계처분 이후 노조 운영과 활동이 위축된 점도 언급했다. 우정사업본부 인사 규정에 따라 간부들은 다른 우체국으로 전보발령을 받았다. 이로 인해 “노조 위원장 등은 사실상 노조 활동이 불가능해졌다”는 것과 함께 “가입했던 노조원 수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해 노조가 입은 불이익을 지적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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