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판매 등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 황하나(31)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31)씨가 4년 전 ‘필로폰 공급책’ 역할을 한 사실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확인되면서, 황씨에게 각각 ‘불기소 의견 송치’ ‘무혐의 처분’한 경찰과 검찰 수사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의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검찰로서는 난감한 처지다.
2015년 10월 서울종로경찰서는 조아무개(31)씨를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구속하고 같은 해 11월 황씨 등 7명을 공범 등으로 입건했다. 조씨는 이듬해 1월 징역 2년6개월(집행유예 3년) 선고를 받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황씨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경찰은 2017년 6월에야 불기소 의견을 달아 황씨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 의견과 동일하게 ‘혐의 없음’(무혐의) 처분했다.
문제는 조씨의 판결문에 적힌 황씨의 마약 공급책 역할이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황씨는 비닐봉지에 담긴 필로폰을 조씨에게 직접 건네는 한편, 필로폰 대금을 입금할 계좌도 지정해줬다고 한다. 게다가 황씨는 마약 관련 혐의로 2009년 이미 한차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까지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이 사건을 수사지휘했던 이용일 수원지검 여주지청장(군사안보지원사령부 법무팀장 파견)은 3일 <한겨레>에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보도된 것처럼) 경찰이 조씨가 구속된 뒤 1년7개월이나 지나고 나서 나머지 사람들을 불기소로 송치했다면, (당시 경찰의 판단대로) 무혐의 처리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넘긴 여러 마약 사건 중 하나일 뿐 특별하게 더 살펴볼 만한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자체적으로 인지한 사건 수사에 비중을 둔다. 경찰이 넘긴 사건에 시간적 여력을 두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당시 무혐의 처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력사건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혐의 없음’은 이상하다. 이런 경우 기소유예나 입건유예를 할 수는 있겠지만, 나중에 말이 나올까봐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써서 수사기록에 붙여놓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경찰 인지 사건이라는 이유로 마약 전력자를 무신경하게 넘겼다면 이는 수사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검찰 처분은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임재우 최현준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