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들이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등원하지 않는 아동이나 퇴직한 보육교사를 가짜로 등록해 정부 지원금을 부정수급하거나 식자재를 빼돌린 어린이집 13곳이 적발됐다.
4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12월 어린이집 2050곳에 대해 관할 시·군·구가 집중 점검을 한 결과, 어린이집 13곳에서 16건의 회계부정(3100만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가운데 6곳에서 보조금·보육료 부정수급이 적발됐는데, 충북의 한 어린이집은 퇴원 아동 1명과 실제 근무하지 않는 보육교사 6명을 등록해 누리과정 운영비, 기본보육료, 보육교직원 처우개선비 등 2191만7천원을 빼돌렸다.
일부 어린이집에선 서류상 ‘8시간 근무’인 교사가 실제론 8시간 동안 일하지 않고 있었다.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책정한 교사 임금이나 수당 일부를 빼돌린 것이다. 이 밖에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하지 않은 텀블러·도서·옷 등을 운영비로 구입하고, 식단표에 없는 과일을 급식비로 구입해 정작 원아들에게는 주지 않은 곳도 있었다.
복지부는 기존 어린이집 담당 공무원이 아닌 다른 지역 공무원이 조사를 하는 ‘교차방식’으로 점검을 했으며, 심각한 회계부정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은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에 따라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주기적으로 회계를 보고하고,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보육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이 영수증 등 비용처리 자료를 충분히 마련해놓기 때문에 내부고발 없이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구체적인 비리 사실을 밝히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공공운수노조가 보육교사 2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로 접수된 상담 사례를 보면, 교직원 허위 등록이나 식자재 빼돌리기뿐 아니라 거래 업체와 짜고 교재나 교구 구입, 특별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의 영수증을 부풀려 뒷돈을 챙긴 비리 정황도 있었다.
이번 지자체 점검에 참여한 관계자는 “사실상 한명이 어린이집 여러곳을 기업형으로 운영하며 비리를 저지른다는 제보가 있었으나 서류상으론 각 시설 대표 명의가 달랐다. (계좌를 들여다볼 권한이 없는) 행정 점검만으로는 실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부 어린이집은 해당 지역 기초의원들과 직간접 연관이 있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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