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제주 4·3 71주년 국민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추념의 뜻을 담아 달아둔 편지꽃. 사진 이유진 기자
“제주 4·3 사건에 의해 돌아가신 분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지배층이 학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4·3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희생자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동백나무가 ‘편지꽃’을 활짝 피웠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 ‘편지꽃’에는 제주 4·3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고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목소리가 담겼다. 특히 학교 수업 등을 통해 제주 4·3 사건을 처음 알게 된 청소년들은 “이제야 아픈 역사를 알게 돼 죄송하다”며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제주 4·3 71주년 국민문화제 사전행사에서 시민들이 추념의 뜻을 담아 달아둔 편지꽃. 사진 이유진 기자
제주 4·3범국민위원회(범국민위)는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제주 4·3평화재단과 함께 ‘4370+1 봄이왐수다’라는 주제로 제주4·3 사건 71주년 국민문화제를 열었다. 오후 6시 본공연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사전행사로 시민참여 한마당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광화문광장에 나와 추념의 뜻을 적은 ‘편지꽃’을 달거나, ‘제주 4·3 지도 만들기 행사’ 등에 참여하며 제주 4·3 역사를 배웠다.
이날 문화제에 ‘4370+1 봄이왐수다(오고있다)’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지난 3일 경찰 수장과 군 당국은 71년만에 처음으로 제주 4·3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과 애도의 뜻을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71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는 (경찰이)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는 최대 3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은 어린이와 노인, 여성이었다. 죄 없는 민간인들을 학살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당시 군경 토벌대였다.
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제주 4·3 71주년 국민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제주 4·3 희생자들의 의미하는 동백꽃 모양의 조형물에 헌화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진우 범국민위 집행위원장은 “비록 형식적이긴 하지만 70년하고도 1년이 지나 마침내 가해기관인 군과 경찰이 사과했다. 이 사과를 시작으로 용서와 화해의 길로 한발 더 내딛자는 뜻으로 ‘4370+1 봄이왐수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다음 세대가 4·3을 이끌어달라는 의미에서 공연 등 문화제 전반을 젊은이들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주 4·3 꽃피우기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서울 강서학생자치연합회 소속 학생들도 “다음 세대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삼정중학교에 다니는 김세빈(15)양은 “여전히 희생자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등 4·3 사건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4·3의 진실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4·3 사건을 설명했다는 이기주(15)군도 “이렇게 중요한 역사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반성부터 했다”며 앞으로도 홍보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제주 4·3 71주년 국민문화제에서 `정가악회'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오후 6시에 시작한 본공연은 ‘ 4·3의 봄’에 대한 이야기들로 꾸려졌다. 정연순 범국민위 이사장은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자연의 봄은 해마다 돌아오는데 제주 4·3의 봄, 평화와 인권의 봄은 저 멀리서 오고 있다. 이 봄은 그저 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눈물과 땀, 희생으로 불러야만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평화와 인권의 봄이 오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4·3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연에서 국악단체 ‘정가악회’는 진혼가인 ‘알리오’를 연주했고 이어서 은평구 시민합창단 ‘꿈꾸는 합창단’과 세계어린이합창단 ‘코스모폴리탄’, 어린이극단 ‘라미연극놀이학교’가 함께 무대에 올라 ‘잠들지 않는 남도’ 등을 합창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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