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9월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의원실 보좌진 고발과 압수수색 등 야당 탄압과 국정감사 무력화 시도 중단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접속해 ‘비인가 예산자료’ 827만여건을 불법으로 내려받아 유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를 받아온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등 4명에게 검찰이 수사 6개월여 만에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8일 “다운로드받은 경로에 대해 보좌진은 물론이고 심 의원 본인도 통상과 다른 불법적인 경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다만, 불법 유출한 예산지출 내역 자료 대부분이 압수됐고, (의원실이) 일부 보관하던 잔여 자료도 스스로 검찰에 반환했다. 앞으로 이 자료를 활용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 등의 불법성과 고의성 등 객관적 혐의가 모두 인정되지만, 범행이 이뤄진 동기와 유출자료 반환 등을 참작해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심 의원이 비밀을 누설한 동기가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공익적 목적’이었다는 점도 참작했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심 의원실의 황아무개씨 등 보좌진 3명은 대통령비서설, 국가안보실, 대법원, 헌법재판소,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38개 국가기관의 카드청구내역, 지출대장 등 208개 파일(예산집행 건수로 약 827만건)을 불법으로 내려받는 등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한 ‘비밀’을 고의로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 의원은 지난해 9월 이렇게 불법으로 확보한 정부의 비공개·미인가 예산자료를 연일 공개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국회의원이라도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을 통해 미인가 예산정보에 접근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심 의원실 쪽은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다가 우연히 접속하게 됐다”고 해명해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검찰은 “심 의원실 주장처럼 우연하게 접속하게 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접속) 루트를 찾아가는 데는 적어도 6번의 경로를 거쳐야 한다”며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심재철 의원실은 “검찰 조사 결과 해킹 등 불법적인 접속이 전혀 없었다. 국회의원의 정당한 예산감시 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리하게 고발 조치한 것에 대해 검찰도 기소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성을 인정한 검찰 수사 결과와는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은 심 의원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자신에 대한 무고와 직권남용 등으로 수사의뢰한 사건 역시 ‘혐의 없음’ 처분했다.
임재우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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