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교 무상교육 시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와 홍영표 원내대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 실현의 핵심으로 공약한 ‘고교 무상교육’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 이 정책 실현에 강한 의지를 지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애초 계획보다 시행 시기가 1년 앞당겨진 ‘고교 무상교육’의 큰 걸림돌은 재원 문제였다.
그동안 교육부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 힘겨루기를 해왔다. 교육부는 무상교육 확대에 따른 추가 재원을 요구했고, 기재부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늘어 추가 재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9일 발표된 당·정·청 협의안은 여러 논의 끝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틀 안에서 해마다 ‘증액교부금’을 주는 방식으로 재원 마련 방안을 확정했다.
당·정·청 협의안을 보면,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은 2020년에서 2024년까지 5년 동안 소요액의 절반씩 분담한다. 국고 지원분은 증액교부금(부득이한 수요가 있는 경우 국가예산에 따라 별도로 교부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한 종류) 방식으로 지원한다. 고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2021년에는 약 2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정부와 교육청이 9466억원(47.5%)씩 부담한다. 나머지 1019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정부가 거둔 내국세 총액의 20.46%를 교육 예산으로 쓰도록 시·도 교육청에 내려주는 돈이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21.33%까지 올리는 안을 추진했지만, 재정 당국과 논의 과정에서 해마다 소요예산을 측정해 교부금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결정된 것이다.
올해 2학기 시행을 앞두고 재원 마련 방식은 확정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그동안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고교 무상교육 정책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예산은 중앙정부가 국고에서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교육청은 국가 정책인 고교 무상교육 관련 재정부담을 시·도 교육청에 주지 말라고 주장해왔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교육감들을 만나 설명을 한 것은 맞지만, 예산 협의를 끝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추후 교육감들 논의를 거쳐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앞으로 교육감들이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만 3∼5살 누리과정을 시행하면서 유치원·어린이집에 투입되는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시·도 교육청이 국고 지원을 요구하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해 ‘보육 대란’이 벌어졌다.
증액교부금은 매년 기재부가 소요금액을 따져 주는 방식이므로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무상교육에 드는 재원은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 경상 운영비로 해마다 계속 드는 돈”이라며 “안정된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중학교 무상교육을 도입할 때 증액교부금 방식으로 도입한 뒤 중학교 무상교육이 완성되는 해에 교부율 상향으로 전환한 적이 있다. 그때도 재원의 불안정성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번에도 5년 동안이나 ‘증액교부금’ 방식으로 지급하는 안을 선택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교수는 “2년만 시행해도 소요액을 알 수 있다”며 “2년 뒤엔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올려 재정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