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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토착왜구에겐 「만세」가 「망동」으로 들리오?

등록 2019-04-11 07:19수정 2019-04-11 07:50

군소리ㅣ이완용의 적반하장… 매일신보에 두 차례 경고문 기고
“이번 사태는 불령도배의 선동이 원인”
“관대했던 당국도 이제는 여지가 없다”
시위 격화되자 총독부 가려운 곳 긁어줘
<매일신보> 4월2일자에 실린 이완용의 경고문.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갈무리
<매일신보> 4월2일자에 실린 이완용의 경고문.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갈무리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만세시위 한 달 동안 사태를 관망하던 ‘토착 왜구’ 이완용(61)씨가 칩거생활을 청산하고 본격 친일 행보에 나섰다. 2일자와 9일자 <매일신보>에 총독부의 입을 자처하며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경고문’을 기고한 것이다. 친일분자의 수괴답게 만세시위가 가장 절정에 달한 작금의 상황에 맞춰 일본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첫번째 경고문에서 그는 “이번 소요는 불령 도배의 선동으로 무지몰각한 어린 사람들이 난동을 벌인 것이 원인”이라며 “각 지역에서 소문이 무성하여 치안을 방해함을 개탄하고 이제 핍박이 시작될 터인데 망동을 따르는 행위는 삶 속에서 죽음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또 “진정하는 게 늦어지면 피해가 있을 것이니 조선인은 냉정하고 깊게 생각하여 나중에 핍박을 받고 후회치 마라”라고 적었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경거망동에 휘둘리지 말고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다. “적반하장이라, 본인이나 그 입 다물라”는 무명씨들의 일갈이 터져 나온다.

3·1운동 당시 일제의 편에서 경고문까지 쓴 친일파 이완용. <한겨레> 자료사진
3·1운동 당시 일제의 편에서 경고문까지 쓴 친일파 이완용. <한겨레> 자료사진
나라 팔아먹은 공로로 일왕으로부터 백작 작위까지 받은 그가 경고문 한 번으로 체면치레를 다 할 위인은 아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과 추가 출병이 결정된 시점에 실린 두번째 경고문에서는 “본인이 성심으로 경고하는 것을 여러분이 받아들여서 생명의 다수를 구하면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라며 “소요 초기에는 관대한 수단을 썼던 당국의 방책이 이제는 여지가 없다”고 했다. 총독부가 만세시위 첫날부터 총검으로 시위대를 도륙한 것을 세상 모두가 아는데 관대함을 운운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동포라며 조선인들 피해를 우려하는 척하지만 총독부와 벌인 대책회의에서 ‘저항자들의 도륙’을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이씨였다.

△참고문헌

임경석, ‘3·1운동기 친일의 논리와 심리’(역사와현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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