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 구속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17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며 법정 구속됐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법원은 포털사이트 댓글 추천수 조작 혐의 공범 관계인 ‘드루킹’ 김동원씨 등과의 만남 등을 제한하는 조건을 달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17일 오전 주거지와 접견 대상 등을 제한하는 조건을 달아 김 지사 쪽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했다. 김 지사는 경남 창원시 ‘주거지’에만 머물러야 하고, 주거지를 바꿀 필요가 있을 때는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흘 이상 주거지를 벗어나거나 외국으로 출국할 경우에도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드루킹 일당과 증인들을 만나거나 연락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특히 드루킹 일당과 그 가족에 대한 협박이나 회유, 명예훼손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보석 보증금을 2억원으로 설정했다. 1억원은 반드시 현금으로 내도록 했고, 나머지 1억원은 김 지사의 아내가 제출한 담보 보증서(보석보증보험증권)로 대체하도록 했다. 보증서는 서울보증보험 등 보험사에 보석 보증금의 1% 정도를 보험료로 내면 발급받을 수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월30일 1심 유죄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즉각 항소한 김 지사 쪽은 지난달 8일 “현직 지사로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의 염려가 없다. 경남 지역 현안들이 많아 도정 공백이 우려된다”며 보석을 청구했다.
17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김 지사는 취재진과 지지자들에게 “1심에서 뒤집힌 진실을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수 있도록 법적 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의 변호인단은 보석 조건과 관련해 “‘주거지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일상적 도정업무 수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창원이 아닌 다른 지역 출장도 주거지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 업무 출장상 국내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법원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경남도청 출근은 물론 ‘창원 밖’ 출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원도 “주거가 일정하면 출퇴근 등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 지사의 보석 조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조건과 비교된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구속재판을 받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구속 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다만 보석 조건은 현직인 김경수 지사에 견줘 ‘자택 구금’ 수준으로 엄격했다. 한 판사는 “김 지사의 보석 조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비슷한 통상적인 수준”이라며 “항소심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했던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매우 엄격하게 주거지 제한 등이 필요했던 반면, 김 지사에 대해서는 도정 운영 등에 대한 고려를 재판부가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지사는 오는 25일 공판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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