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검찰에 출두하는 홍만표 변호사.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검찰과거사위)가 17일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 사이에서 선임계를 내지 않고 거액의 보수를 챙기는 이른바 ‘몰래 변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검찰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변호사법은 법원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서(선임계) 등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건 변호나 대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앞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수사나 내사 중인 형사사건을 무마하는 등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을 조사해왔다. 검찰과거사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2009~2018년) 동안 대한변호사협회에 접수된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몰래 변론’ 사례는 126건이었다. 이 가운데 66건(변호사 55명)이 징계 대상으로 판명났지만 징계 수위는 제명 1명, 정직 6명, 과태료 42명, 견책 6명 등에 그쳤다.
검찰과거사위는 대표적인 사례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몰래 변론’을 들었다. 특히 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검찰이 가천대 길병원 횡령 사건 등을 수사할 때 내사 종결 등 청탁 명목으로 10억5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10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6개월이 되도록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하고 있다. 청탁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홍 변호사는 2015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횡령·도박 사건을 몰래 변호해 징역 2년의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검찰과거사위는 “당시 홍 변호사가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에게 18차례 연락해 수사 상황을 파악했다. 이후 정씨에게 ‘추가 수사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됐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검찰과거사위는 불법과 탈세의 온상인 ‘몰래 변론’을 막기 위해 △검찰 형사사건 기본정보 온라인 공개 △검찰청 출입기록 연계 변론 기록 시스템 개발 △몰래 변론 연루 검사에 대한 감찰과 징계 강화 등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한편, 검찰과거사위는 1990년 발생한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수사 당시 범인으로 몰린 이들의 고문 정황 등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채 검찰이 허위 자백에 기대어 기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4일 부산 사상구 낙동강변에서 차량 데이트를 하던 한 커플이 납치돼 강간·살해당한 여성 시신이 유기된 사건이다. 1991년 11월 부산 사하경찰서가 최아무개씨, 장아무개씨로부터 범행을 자백받았고, 이들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각각 21년 이상 복역한 뒤 출소했다.
검찰과거사위는 최씨와 장씨가 묘사하는 당시 물고문 장면이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점, 고문당한 장소라는 경로당 건물이 실제로 과거 파출소로 사용된 점, 비슷한 시기 사하경찰서에서 물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했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는 점 등을 ‘고문을 통한 허위 자백’ 정황 근거로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이 사건을 맡아 ‘고문이 있었다’며 거듭 문제를 제기했었다. 검찰과거사위는 “검사가 피의자 자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강력사건 증거물을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최현준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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