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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생계급여 부양의무제 폐지시 극빈곤 53만명에 수급권”

등록 2019-04-18 17:51수정 2019-04-18 19:23

소득주도성장특위 연구용역 보고서
수급자만큼 가난해도 생계급여 못받던
53만여명 신규 수급…31만여명은 노인
“빈곤 노인 소득향상·자녀 부담 축소”
시민사회단체 “전면 폐지 조속 이행해야”
지난 2014년 2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했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가난함에도 지원을 받지 못했던 53만여명(2016년 기준)이 급여를 받게 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2014년 2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했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가난함에도 지원을 받지 못했던 53만여명(2016년 기준)이 급여를 받게 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보건복지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앨 경우 수급자만큼 가난한 53만여명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계·의료급여를 받기 위해선 소득과 재산을 합친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보다 낮아야 하며, 어느 수준 이상의 소득·재산을 지닌 1촌 직계혈족(부모·자녀) 및 그 배우자 등 ‘부양의무자’가 없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보다 가난해도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된 가족이 있을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비수급 빈곤층’ 같은 복지 사각지대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18일 <한겨레>가 입수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편방안 연구’(손병돈·이원진·한경훈)에 따르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땐 2016년 수급 기준(1인 가구 월 47만1201원)보다 소득·재산이 적은데도 급여를 받지 못했던 53만9천명이 신규 수급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0만1천명은 만 65살 이상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4.4%이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어지면, 중위소득 40% 이하 빈곤층 가운데 생계급여를 받는 비율은 23.3%에서 33.9%로 증가했다. 중위소득 40% 이하 빈곤 노인의 생계급여 수급률도 22.3%에서 35.5%로 올라간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복지 사각지대를 일정하게 감소시킨다는 의미이다.

연구진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노인 빈곤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2015년 10월 기준, 약 22만 노인 가구가 수급자만큼 가난하지만 자녀 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가족에게 실제 부양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기준 등 제도가 복잡해 수급권자로서는 자신이 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까닭에 급여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급여 신청을 위해선 가족의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자녀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수급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노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빈곤 노인의 소득 향상과 부양의무자 자녀들 부담을 줄여줘 실질적 소득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는) 급여 신청을 하기 전 일정한 기간 동안 재산변동을 조사하는 등 제도 보완을 통해 상당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노인 빈곤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순차적인 기초연금 급여 인상, 부양의무자 기준 부분 완화만으로는 빈곤 수준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에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담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참여연대·빈곤사회연대 등은 잇달아 환영 성명을 내어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는 빈곤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이자 가장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조속 이행을 촉구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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