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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애인의 날 거부하고 투쟁 나선 장애인들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

등록 2019-04-20 13:17수정 2019-04-20 13:27

20일 오전 마로니에공원서 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촉구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촉구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서 축제와 환희의 장이 열리는 게 아니라 투쟁결의대회를 여는 것 자체가 장애인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제39회 장애인의 날을 맞은 2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장애인 250여명이 모였다. 이 가운데 150명은 휠체어를 탄 발달장애인이었다. 이들은 장애·인권·노동·사회단체 140여곳이 모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이 연 ‘2019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해 “장애인도 소중한 생명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장애인 돌봄은 가족의 몫이 아니다, 국가가 직접 책임져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매년 4월20일은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이지만 공동투쟁단은 이날이 장애인의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은폐시키는 날로 기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대회의 사회를 맡은 정성철 빈곤철폐를 위한 사회연대 조직국장은 “오늘은 ‘포용’과 ‘동행’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차별과 낙인을 작동시키는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의 목소리와 마음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이날의 가장 큰 화두는 ‘장애등급제 폐지’였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의결되면서 7월부터 1~6급으로 나눠 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하지만 공동투쟁단은 기존 장애등급제를 대신해 도입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기존 제도와 동일하게 의학적 관점에 입각한 기능 제한 수준만을 평가하고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가 반영되지 않아 기존 장애등급제와 유사한 ‘조작’ 조사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모든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 장애인의 삶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의학적 등급만으로 나눌 수 있겠나”라며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통합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진짜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평생 시설에서 살다 지난해 자립한 한 발달장애인이 나와 직접 ‘탈시설’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서른 다섯살의 여성 장애인인 그는 “나는 고향이 어딘지도 모르고 가족도 없다”면서 “자립하기 전 시설에서 식구들이 서로 싸우고 소리를 지르면 경기를 일으키곤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옷도 혼자 입고 싶고 잠도 혼자 자고 싶었다. 나는 혼자 이불도 갤 수 있고 마트 가는 것도 좋아한다”며 “(시설을 나온)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연대발언에서 “장애인이 왜 갇혀 살아야 하나. 이제는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행동단은 10년 내 장애인거주시설 완전 폐지, 장애인거주시설 신규입소 금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 차별을 겪는 장애 여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미순 상임대표는 “장애인과 여성의 삶이 중첩됐을 때 훨씬 더 주변적이고 힘겨운 차별을 만들어낸다”며 “장애인 인권과 성 평등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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