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사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는 2010년부터 2013년 7월까지 100여개 협력업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위 사실이나 부실 서비스(AS) 건수 등을 집계한 ‘이상 데이터’를 작성했다. ‘이상 데이터’가 1건이라도 발견된 직원은 4천여명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통상적인 감사”라고 했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삼성전자서비스 내부 문건은 달랐다. 검찰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 와해 공작 사건 재판에서,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쪽에서 작성한 ‘이상 데이터 검증 방법’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을 보면, 당시 삼성전자서비스는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노조원을 감사하기 위해 자의적인 방식으로 ‘이상 데이터’를 선별했다. 우선 전국 100여개 협력업체 중에서 노조 간부급 135명이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협력업체를 추렸다. 삼성 쪽은 수리기사 평가 항목 30여가지를 기준으로 협력사 전 직원을 검증한 데이터에서 1건이라도 비위 사실이 적발된 4천명과 이들의 명단을 대조했다. 그 뒤 데이터에 대한 선별 작업을 통해 감사 대상에 삼성 쪽 ‘타깃’인 노조 주동자를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기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렇게 만들어진 ‘이상 데이터’를 각 협력업체에 전달했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이 자료를 활용해 ‘노조 와해’를 시도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초기 노조 가입 인원이 있었으나 ‘이상 데이터’를 별도 요청해 노조를 전원 탈퇴시켰다”며 협력사 평가 등급에서 ‘총점 100점의 A등급’을 줬다.
검찰은 이 문건 등을 근거로 ‘통상적인 감사’가 아닌 노조 와해를 노린 ‘표적감사’였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협력사 사장이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자료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 본사가 협력사 사장들에게 데이터를 공유했고, 노조원을 징계할 근거 자료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표적감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감사 대상에 비노조원을 일부 끼워넣는 ‘희석화’ 작업도 벌였다고 했다. 특정 협력업체 노조원 5~6명당 1~2명의 비노조원을 특별감사 명단에 넣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표적감사가 삼성전자에도 보고됐을 것으로 의심한다. 당시 삼성전자 소속으로 삼성전자서비스에 파견된 변호사가 고용노동부 감사를 대비해 공유한 내부 문건에는,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이 표적감사 논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대책을 나눈 정황이 담겼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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