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3조2교대로 일하던 소방관의 근무 체계가 단계적으로 3조1교대로 바뀐다. 소방관의 삶과 수면의 질, 가족관계 등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이다.
소방청은 오는 5월부터 대도시를 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현재의 3조2교대 근무에서 3조1교대 근무로 전환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소방청이 지난 11월 17개 시도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벌인 ‘소방교대제 선호도 조사’를 보면, 전국 4만6487명 소방관의 절반이 넘는 58.3%가 3조1교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조2교대(24.6%), 3조2교대(14.1%), 2조1교대(1.1%) 순서였다.
기존 3조2교대 체계에서 소방관들은 먼저 2주동안 야근 근무를 하고, 나머지 1주는 주간근무를 한다. 3조1교대가 되면 하루 24시간 일하고, 다음날 쉰다. 이는 출근 횟수가 3조1교대보다는 많지만 업무강도가 온종일 몰리지 않고 분산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소방업무가 많은 서울과 인천 지역 소방관들의 3조1교대 선호도는 각각 38.9%, 41.2%로 전국 소방관 선호도(58.3%)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성 소방관의 3조1교대 선호도 역시 40.8%로 전국 평균보다 17.5% 포인트 낮았다.
비수도권 소방관은 출퇴근 수가 적은 3조1교대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강원, 전남, 전북에 근무하는 소방관은 각각 72.2% 73.3%, 76.4%로 3조1교대를 원했다. 대도시에 살던 소방관이 도시 외곽지역으로 발령받게 되면, 출퇴근 시간이 최대 3시간까지 늘어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3조1교대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정말로 바쁜 곳은 24시간 근무가 힘든 곳이 있기 때문에, 5월부터 바로 3조1교대를 전면시행하지는 않는다”며 “시도별로 각자 기준을 주고 어떤 근무방식을 택할지 계획을 세워 4월30일까지 제출하게 돼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3조1교대가 정착되면 4조2교대 근무도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방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도시에는 24시간 종일 근무하고 이틀을 쉬는 근무가 오히려 소방관의 근무환경과 소방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은 4조2교대를 요구하는 소방관 비율이 44.3%로 3조1교대 요구하는 비율보다 5.4%포인트 더 높았다. 4조2교대로 일하게 되면 근무시간은 하루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어든다. 근무자는 주간·야간근무·휴무 이틀을 번갈아 하게 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소방도 경찰처럼 업무량이 많은 곳은 4조2교대로 가야 한다”며 “우선 3조1교대가 도입되더라도 국민이 느끼는 서비스 질이 후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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