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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못받은 40대, 폐섬유화로 사망

등록 2019-04-26 15:53수정 2019-04-26 16:36

40대 조씨, 2012년엔 어머니도 사망
동생 “엄마에 형님까지…언제 누구 차례 될지 몰라”
25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를 했다가 지난달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가장 낮은 단계인 4단계 판정을 받았던 40대 남성이 25일 밤 폐 섬유화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인 조덕진(49)씨가 25일 밤 11시53분께 폐 섬유화로 사망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20일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한 조씨는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5일을 버티지 못하고 숨졌다.

사참위 설명을 보면, 조씨의 가족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에서 출시된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을 함께 사용했다. 특히 조씨는 목사라는 직업 특성상 평소 발언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가습기와 가습기살균제를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2016년 초 기침이 심해진 조씨는 동네병원과 대형병원을 오가며 검사를 받다가, 같은 해 말 폐 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폐 섬유화는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질병이다. 당시 의사는 조씨에게 “앞으로 5년밖에 살지 못하니 폐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씨는 이에 2018년 환경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를 했지만, 지난 3월 돌아온 답변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과 관련성이 거의 없다”는 통보였다. 정부가 인정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으로 나뉘는데, 조씨가 받은 건 4단계 판정이다. 1~2단계 피해자는 정부의 예산으로 조성된 ‘구제급여’를, 3~4단계 피해자들은 기업 자금으로 조성된 ‘특별구제계정’에서 지원을 받는다. 2012년 사망한 조씨의 어머니와 천식으로 투병 중인 조씨의 아버지 또한 2016년 6월 4단계 판정을 받았다가 2018년 피해판정 질환에 간질성 폐렴과 천식이 포함되면서 뒤늦게 피해 구제를 받았다.

환경부의 ‘폐 질환 건강피해 조사 및 판정 결과 현황’을 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발병한 폐 질환으로 사망한 1267명 가운데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람 수는 3단계(66명), 4단계(921명), 판정불가(75명) 등 모두 1062명으로 83.8%를 차지한다. 반면 정부 지원금을 받는 1단계(136명)와 2단계(69명) 피해자는 모두 205명으로 16.2%다.

가습기살균제로 어머니에 이어 형까지 잃은 조씨의 동생 조경진씨는 “죽음이 언제 누구의 차례가 될지 모른다”며 “정부와 기업은 보상은커녕 우리 같은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위로의 말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지금이라도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사참위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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