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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익제보하니 ‘스테이플러실’ 보복 배치…보호법 위반에는 벌금형

등록 2019-05-05 17:07수정 2019-05-05 20:34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2017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한 통의 제보가 접수됐다. ‘경기도 이천의 ㅈ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장애인시설에서 장애인들 사이 성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데 아무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권위는 ㅈ법인을 방문해 제보 내용을 조사했고 ㅈ법인 소속 사회복지사 ㄱ씨는 다른 전·현직 직원들과 함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제보 내용은 사실로 밝혀졌다. 시설 입소자 4명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원장 등 관계자 3명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ㅈ법인은 ㄱ씨를 ‘최초 제보자’로 의심해 각종 불이익을 주기 시작했다. ㅈ법인이 생산하는 커피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자, 함께 일한 직원들은 제외하고 커피 생산 근로장애인을 보조하는 ㄱ씨에게만 시말서를 내게 했다. 또 “앞으로는 스테이플러 작업장에서만 근무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근무할 경우 보고하라”며 커피 생산 업무를 맡았던 ㄱ씨를 스테이플러 작업장으로 배치했다. ㄱ씨는 스테이플러 심을 2개씩 겹쳐서 스테이플러 통에 넣는 단순 업무만을 해야 했다.

ㅈ법인은 또 징계 절차도 밟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법인은 ㄱ씨에게 “복무규정 위반, 인사관리 규정 위반”을 이유로 인사위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출석통지서에는 “시설의 부당 대우를 받는다고 인권위에 전달한 적이 있고,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외부기관(인권위)에 전달해 기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내용이 적혔다. 징계 절차를 중단하라는 지적이 일자, 법인은 인권위 관련 내용은 쏙 빼고 근무 태도 등을 문제 삼아 출석통지서를 재차 발송했다. ㄱ씨 등을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으나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ㄱ씨는 ㅈ법인 대표와 재활시설 원장 등을 공익신고자보호법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ㄱ씨의 의사에 반해 비선호 부서인 스테이플러 작업장으로 배치했다”는 사실만을 문제로 보고, 사회복지법인과 재활시설 원장 김 씨만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했다. 김 씨 쪽 요청으로 사건은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지난달 30일 법원은 김씨와 법인에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 임성철 판사는 ㄱ씨를 공익 제보자라고 보고 “법인이 ㄱ씨가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제2조 제6호)에 따르면, 관련 조사에 참여해 진술했다는 이유로 당사자 의사에 반해 인사 조치를 해선 안 된다.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 또는 폭언도 금지돼있다.

재판부는 “스테이플러 작업장에서는 원래 근로장애인이 반장을 맡아 근로감독 업무를 수행해왔다. 갑자기 ㄱ씨를 스테이플러 작업장에서만 근무하도록 지시할 필요가 없었다”며 “ㄱ씨가 스테이플러 작업장에서 맡은 업무도 사회복지사가 아닌 근로장애인들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단순작업이었다”고 판단했다. 법인과 김 씨는 재판에 불복해 즉시 항소한 상태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피해자는 각종 불이익에 충격을 받아 아직까지 사회복지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익신고자보호법위반으로 처벌이 이루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비춰볼 때 가해자의 처벌수준이 너무 미미한 것이 아닌지, 이 정도 처벌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불이익 시도가 근절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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