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잃었던 ㄱ(42)씨 가족이 고시원에 각종 짐을 풀어놓은 모습. 마포구 제공
서울 마포구에 살던 ㄱ(42)씨는 지난해 6월 가족과 함께 살던 고시원에서 나와야 했다. 밀린 월세 100만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원을 운영하다가 빚을 지게 된 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 그에게는 돌봐야 할 아내와 8살, 7살인 두 딸이 있었다. 고시원에서 나온 뒤 열달 동안 이들 가족은 여관, 찜질방 등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한곳에 머문 기간이 평균 4~5일밖에 안 된다”고 ㄱ씨는 말했다. ㄱ씨 부부와 어린 두 딸은 이런 식으로 지난 여름과 겨울을 났다.
도움의 손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긴급 지원을 신청한 마포구에서 지난달 25일 성산1동에 있는 주택을 제공했다. 반지하이긴 하나 방 3개와 욕실, 주방, 거실 등이 딸린 어엿한 집이었다. ㄱ씨 가족은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 수 있게 됐다.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할 때까지 머물 집을 지원받은 ㄱ(42)씨의 두 딸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제공
지은 지 25년 된 이 집은 오래 방치돼 사람이 살기 어려울 만큼 낡은 상태였다. 마포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테서 무상으로 집을 빌렸고, ‘희망의 집 고치기’를 하는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고쳤다. 대우건설이 500만원, 성산1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100만원을 보탰다. 버려진 집이 살 수 있는 집으로 바뀌었고,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세탁기, 침대가 놓였다. ㄱ씨는 “우리 가족에게도 봄이 온 것 같다. 장기임대주택에 들어갈 때까지 3개월을 어디서 지내야 하나 막막했다. 가족과 한 집에서 지낼 수 있게 돼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ㄱ씨처럼 집이 없어 위기에 놓인 이들에게 임시 주택을 지원하는 ‘마포하우징’(MH) 사업을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집이 없어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마포구는 “토주공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거 취약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수요를 맞추지 못한다”며 “주거 사각지대에 있거나 일시적으로 주거 곤란 상태인 취약층을 돕기 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임시 주택엔 최장 1년까지 머물 수 있다. 대상은 마포구에 주민등록을 둔 주민 가운데 △강제퇴거, 가정폭력으로 주거 위기에 처한 가구 △공공임대주택 입주 대기 가구 △저소득 청년, 신혼부부 등이다. 다만, 아직 사업 규모가 크지 않다. ㄱ씨가 지원받은 곳과 같은 임시 주택은 아직 3채뿐이다. 마포구는 올해 말까지 20채, 2022년까지 95채의 임시 주택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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