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곳곳에 일명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여성들을 10년간 불법 촬영한 중견 제약회사 대표 아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동부지검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이아무개(34)씨를 10일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약 10년 전부터 변기와 전등, 시계 등 집안 곳곳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여자친구 등 여성들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의 범행은 지난 3월 전 여자친구가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시작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이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카메라 등 통신장비를 압수수색한 결과 10여년 동안 수백 건의 불법촬영 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자가 모두 60여명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가운데 영상 분석 작업을 통해 확인된 피해자만 최소 34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에서 이씨가 여성들을 불법촬영한 영상을 유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법촬영 영상을 유포 목적이 아니라 혼자 다시 보기 위한 용도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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