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29일 서울 대법원에서 삼성에버랜드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부장(왼쪽 넷째)과 박원우 지부장(왼쪽 둘째) 등 노조원들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등 5건에서 승소한 뒤 법정 앞에서 승리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삼성에버랜드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노조를 와해하려 한 사건이 정식 재판 절차에 들어갔다. 기소된 지 5개월 만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를 위해 공모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그룹 부사장 등 삼성 및 에버랜드 임직원 13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사측이 만든 ‘어용노조’ 위원장을 맡았던 김아무개씨를 제외한 피고인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이 열린 건 올해 1월2일 기소된 지 5개월 만이다. 검찰이 이들을 불구속 기소한 뒤 3월11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됐지만 재판이 한 차례 미뤄졌고 다음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3월25일 재판 날짜를 다시 정해 달리는 신청서를 냈고, 4월16일에는 신속한 공판 진행을 요구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그제서야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잡혔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3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공판 준비기일에는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공소 내용 등에 관한 변호인 의견 진술이 준비되지 않아 검찰의 기소 요지만 정리하고 끝났다. 강경훈 부사장 쪽 변호인은 “추가로 열람·복사할 기록을 아직 받지 못해 의견서 제출을 못했다”면서 검찰 쪽에 공소장 내용을 보완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사건을 천천히 진행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올해 초에 기소가 된 사건인데 아직도 의견서를 못 준다는 이유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검찰과 변호인 모두 쓸 데 없는 텐션(긴장)을 올리지 말아 달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2011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뒤 계열사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공작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강 부사장과 에버랜드 임직원들은 위력으로 노조 설립 주동자들을 징계하는 등 노조 업무를 방해했다. 노조 설립에 적극적인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강 부사장은 물론 삼성증권 등 삼성전자 외 계열사 직원과도 공유해 개인정보보호법도 위반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한 뒤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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