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진주 아파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모습.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야간이나 주말에 자신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신건강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관·119구급대원 요청으로 현장에 나가 상담 등을 진행하는 응급개입팀이 내년 중 전국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설치된다. 또 기초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 전문인력을 2022년까지 785명 늘리기로 한 계획을 앞당겨 시행하고, 내년부터 광역 시·도에 일정한 예산을 지원해 지역별 상황에 맞추어 자원을 배분해 정신건강 관련 정책을 시행하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시작한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재활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방안 추진에 대해선 기획재정부와 공감대를 이뤘다면서도, 언제·어떻게·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진주 아파트 참사’는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망상 등으로 인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를 대비한 정신건강 응급대응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복지부는 경찰청·소방청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야간·휴일에 현장에 나가 위기 정도를 평가하고 환자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맡는 전문요원을 내년 중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요원들을 어느 지역에 몇 명 정도 둘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의료기관이 응급입원(자·타해 위험이 심각한 사람을 경찰이 데려가 의사 진단을 받은 뒤 3일간 입원시키는 제도)이나 급성기 치료를 꺼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응급·행정입원, 신체질환이 있는 환자 진료 등이 가능한 곳을 ‘정신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인근 응급실·정신병원 간 이송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급성기 진료 특성을 반영한 수가(건강보험이 정한 개별 진료항목 가격) 시범사업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논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 안에 진행할 예정이다. 어떤 의료 행위에 건보 적용을 할지에 대해선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한 달 가량 집중 치료가 이뤄지는 급성기 병상과 만성기 병상이 구분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최대한 짧은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뒤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급성기 병상을 늘리는 대신 만성기 병상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환자가 원하지 않는 강제입원이나 외래치료가 불가피하다면, 그 비용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아닌 경찰·지방자지단체장이 개입해 이뤄지는 응급·행정입원(자·타해 위험시 지방자치단체장이 진행하는 입원) 등의 경우 누가 비용 부담을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복지부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 가운데 ‘저소득층’에겐 강제입원·외래치료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대상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역사회에서 환자와 만나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을 2021년까지 2년에 걸쳐 785명 충원해 센터당 평균 4명을 추가할 계획이다. 2017년 기준 사례관리를 담당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은 1265명이었다.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지적된 센터 종사자들의 저임금·고용불안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내년부터 3년 동안 광역 지자체에 정신보건 관련 국비 예산을 지원하고 그만큼 지방비 예산을 합쳐 시·도별 지역 여건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통해 처우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또 이러한 사업을 통해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입원 횟수 및 입원일수를 줄이고 질환에 대한 조기발견 등의 성과를 거둔 광주 사례를 전국에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광주에선 지난 2012년부터 정신건강 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정신보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와 국비를 지원받지 않는 서울을 제외한 15개 광역 시·도가 당장 내년부터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사업이 3년에 걸쳐 진행되므로 해마다 광역 시·도 5곳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어느 광역 시·도가 사업에 참여할지 등에 따라 연간 예산 규모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의 경우 전남대학교 병원 등 의료진과 지역사회가 다른 지역에 견줘 ‘가깝다’는 특성이 있으며 2012년부터 6년 동안 국비·지방비를 합쳐 해마다 100억원 안팎의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역사회별로 의료·재활시설 인프라 차이가 큰 상황에서, 이를 고려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일정 수준 이상의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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