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퇴출을 요구하는 대규모 ‘타다 퇴출 끝장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타다’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 이재웅 대표가 지난해 10월 개시한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 서비스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금 이 시간에도 불법 유상 운송 영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택시는 또 다시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이번엔 자가용에 이어 렌터카입니다. 지난해 10월 등장한 ‘타다’가 기하급수적으로 차량 수를 늘리며 우리의 숨통을 시시각각 조여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고급택시 시장까지 넘보며 일반 승용차까지 택시 영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습니다.” (김희봉 서울개인택시운송자업조합 중앙지부장)
15일 오후 2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주최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타다 퇴출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 2만명(주최 쪽 추산)은 “불법 유상 운송 행위인 ‘타다’ 때문에 택시 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집회는 이날 새벽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안아무개(76)씨에 대한 추도사 낭독으로 시작했다. 박정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성북지부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공유경제 딜레마에 빠져있다.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공유경제인가. 지금 대한민국 교통수단이 ‘타다’나 ‘카풀’이 꼭 필요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인가”라며 “전국의 택시 종사자는 고인의 숭고한 뜻을 잊지 않겠다. ‘타다’ 렌터카, 자가용 ‘카풀’ 불법 유상운송행위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안씨가 이날 새벽 3시19분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 인도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고 밝혔다. 안씨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성북지부 소속 개인택시 기사로, 안씨의 택시에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택시업계는 지난해부터 카풀·타다 등 차량 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들은 ‘타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하고 사실상 택시처럼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영진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기획실 부장은 “‘타다’는 운전을 못 하거나 또는 관광중인 승객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차와 대리기사 개념의 기사를 함께 빌릴 수 있게 한 렌터카 서비스인데, 사실상 콜택시처럼 관광 목적이 아닌 승객들까지 태우는 방식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38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정순정(68)씨도 “관광객을 위한 운영이라면 호텔에 있다가 관광객 여러 명을 태우고 이동하는 식으로 운행해야 하는데 ‘타다’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태워다 주며 사실상 콜택시처럼 운행하고 있다”며 “렌터카인 ‘타다’가 택시처럼 배회 영업을 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택시기사들은 ‘타다’의 이같은 운행이 고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 부장은 “택시기사들은 운수사업법에 근거해 사고 경력, 범죄 경력 등을 조회하고 문제가 없을 때 택시를 몰 수 있는데, 타다 운전기사들은 이같은 조회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같은 기준 없이 고용된 기사들로 인해 승객들의 안전이 보장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타다 퇴출’ 집회를 하며 ‘타다 OUT’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조합 전 이사장은 지난 3월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가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 서비스를 시행하는 방안 등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카풀과 타다는 다르다. 타다의 기존 취지대로 12∼15인승 관광객들이 쓰게만 해준다면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모두 타다를 택시라고 생각하지 관광객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타다 쪽은 자기들이 정상적으로 허가받아 영업한다고 주장하는 데 원래 목적대로 운영하지 않는 것이고, 관계 기관은 그 실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타다 운영의 법적 근거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 2항과 그 시행령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 2항은 ‘누구든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시행령 제18조는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7가지 경우에 자동차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외국인 △장애인 △65살 이상인 사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자동차를 6개월 이상 장기간 임차하는 법인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 △본인 결혼식 및 그 부대행사에 이용하는 경우로서 본인이 직접 승차할 목적으로 배기량 3000cc 이상인 승용차를 빌린 사람 등이다. 타다는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승합자동차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정치 세력화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희봉 중앙지부장은 “정부와 국회, 청와대는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아야만 우리의 처절한 외침에 귀를 기울일 것이냐. 불법 유상 운송 행위 근절을 위해 정치 투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조합원들에게 당원 가입 등 정치 세력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권장했다. 집회 도중 조합원들은 ‘우리도 정치하자! 10만 택시가족! 정당가입! 우리가 정치를 움직입시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머리 위로 펼쳐 이동시키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집회는 조합원들이 ‘타다 OUT’이라고 쓰여 있는 깃발을 들고 청와대까지 행진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들은 “사람 잡는 공유경제, 문재인은 각성하라” “타다를 몰아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조합은 앞으로 집회를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타다가 퇴출당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정치권이 나서지 않는다면 다음달 20일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하고 대규모 전국 집회를 벌일 계획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연서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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