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총학생회 ‘바로’가 20일 국민대 본부관 앞에서 총장직선제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배(26) 총학생회장의 무기한 단식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현행 총장 선임방식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입니다. 우리는 학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할 것을 학교법인 ‘국민학원’에 촉구합니다. 법인이 총장직선제를 위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합니다”
국민대 이준배(26) 총학생회장이 총장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는 등 대학가에 총장직선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일 국민대 총학생회는 국민대 본부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의 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현재의 총장선출 방식을 규탄했다. 총학은 “강의 수가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강사 수는 줄고 학내 공간 부족 문제도 개선되지 않는 등 법인의 불통 행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총장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직접 뽑아야 학생의 요구에 학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대는 법인이사 3명, 외부인사 2명, 교수 8명, 동문 1명, 직원 1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총장후보자 5명을 추천하면, 법인 이사장이 그 가운데 한 명을 총장으로 선출하는 ‘간선제’를 선택하고 있다. 총학은 “밀실에서 총추위만 총장 후보자에 대해 평가를 진행해 학생들은 후보자들의 비전이나 공약을 전혀 알 수 없다”며 “학생 참여를 철저히 배제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대는 지난 4월 유지수 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다음날 20일까지 총장 선임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총장 직선제 요구는 비단 국민대뿐만이 아니다. 숙명여대는 오는 23일 7년 만에 전체 총학생회를 열고 학교 쪽에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촉구한다. 숙명여대 역시 교수회의에서 최종 후보 2명을 정한 뒤 이사회가 총장을 뽑는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오는 9월 총장 선출 절차가 진행되는 연세대는 현재의 ‘간선제’ 방식을 유지하되 학생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법인은 지난달 22명으로 구성된 총추위에 학생대표 2명을 포함하는 내용의 총장 선출안을 내놨는데, 학생들은 “학생대표 수가 현저히 적다”며 “형식적으로만 학생 참여를 보장한 기만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경희대도 총장 선출을 놓고 학생과 법인이 갈등하고 있다. 지난해 경희대 ‘총장선출범경희대책위원회’와 법인은 이사·교수·교직원·학생·동문 등으로 구성된 총추위가 총장 후보 3명을 추천한 뒤 법인이 최종 1명을 임명하는 총장 선출 방식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법인이 ‘정책토론회 금지, 총추위원장·부위원장 이사장 임명’ 등의 규정을 요구해 학생과 교직원이 반발하고 있다.
총장직선제를 향한 학생들의 요구는 거세지만, 현실은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사립대학 총장선출 실태 전수조사’ 자료를 보면, 72%(99곳)의 대학이 구성원 참여 없이 학교법인이 총장을 정했고 직접 선거로 총장을 뽑는 직선제 대학은 5%(7곳)에 불과했다.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 중에서도 교수·직원·학생 전원이 직접 선거에 참여하는 대학은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2곳뿐이다.
이승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사무국장은 “2017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 이후 이화여대에서 총장직선제를 도입했고, ’사립대도 총장을 학생이 직접 뽑을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이 퍼졌다”며 “대학 사회에서 총장이 갖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고 그런 만큼 실현된다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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