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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두 딸이 유출된 답으로 성적 올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징역 3년6개월

등록 2019-05-23 12:20수정 2019-05-24 04:41

“교무부장 지위 이용해 범죄” 인정
풀이과정 없이 물리 과목 ‘만점’
법원 “딸은 천재 아냐, 외운 답 적은 것”
숙명여자고등학교. 연합뉴스.
숙명여자고등학교. 연합뉴스.
두 딸에게 교내 정기고사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깨뜨렸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두 딸에게 5차례에 걸쳐 정기고사 답안을 빼내 미리 알려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현아무개(52)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고등학교 정기고사 성적은 대학입시와 직결돼 사회적 관심이 높고 공정성도 높아야 한다. 하지만 피고인의 범행으로 다른 학교의 투명성과 공정성까지 의심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교육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현장에서 성실히 일하는 교사들의 사기도 상당히 떨어졌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현씨는 두 딸의 성적이 급상승한 이유가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학년 때 종합석차 121등, 59등이었던 두 딸은 다음학기 5등, 1등으로 성적이 껑충 올랐다. 2학년 1학기에는 두 자매가 인문계·자연계 1등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 판사는 풀이 과정을 거의 적지 않은 채 만점을 받은 현씨 둘째 딸의 물리1 시험지를 예로 들었다. “유독 어려운 문제를 암산만으로 푼 피고인의 딸이 일반인 상식을 뛰어넘는 천재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1학년 1학기 성적과 비교해 보거나 풀이 과정이 적힌 다른 시험지들을 보면 딸은 평범한 학생이다. 단지 공부를 열심히 해 암산만으로 만점을 받을 정도로 천재일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정기고사 성적이 급상승하던 시기 교내 모의고사나 학원 등급평가 성적은 오르지 않은 것도 이유로 들었다.

이 판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현씨는 교무부장으로서 시험 총괄교사가 수합한 시험지를 검수하고 결재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결재권자이므로 시험지를 세세하게 넘겨보고 있어도 교사들이 의심을 갖기 쉽지 않다. 총괄교사가 결재 도중 수업에 들어가면 50분 정도 피고인만 시험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시간에 시험 답안을 유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현씨가 마음만 먹으면 시험 답안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정황도 참작됐다. 결재가 완료된 시험 서류는 모두 현씨 자리 바로 뒤편에 있는 금고에 보관됐다. 이 판사는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현씨가 초과근무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주말에 홀로 출근한 점을 들어 “언제든 금고를 열어 시험지를 확인할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씨는 두 딸이 숙명여고에 입학한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까지 5차례에 걸쳐 중간·기말고사 문제와 정답을 5차례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는 두 딸과 같은 시기 학교를 다녔던 숙명여고 졸업생 6명이 방청객으로 현씨의 선고를 지켜봤다. 두 딸은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범 재판을 받고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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