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 등록’ 가능해야
아동권리 보호·학대 예방 첫 단추 꿸 수 있어
제도 개선 위해선 가족관계등록법 개정 필요
아동권리 보호·학대 예방 첫 단추 꿸 수 있어
제도 개선 위해선 가족관계등록법 개정 필요
지난해 5월 경북 구미시 한 원룸에서 20대 남성과 2살로 추정되는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기는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은 탓에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만 18살 미만 아동은 의료·복지·교육 등 성장하면서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출생등록은 아동권리 보호와 학대 예방의 출발점이지만, 미등록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 등은 출생등록도 못하고 있다.
23일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국가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부모에게 출생신고 의무가 있지만, 부모가 이를 외면하거나 지연해도 예방책이 없다. 우리나라의 출생 아동 중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비율이 98.7%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면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학대·방임, 사망하는 아동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정부는 기대한다.
영국·독일·미국 등에선 의료기관이나 제3자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부모의 법적 지위 등과 상관없이 국가 관할권 내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운영 중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사회도 한국 정부에 이러한 제도 마련을 권고해왔다.
한국에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면 그 내용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된다. 개인의 출생과 사망을 가족관계의 변동 사항으로 등록하게 돼 있는 것이다.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선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날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4월 법무부가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한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에서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는 신생아 이름 등 여러가지 세부적인 사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선 의료기관 차원의 출생통보가 원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 등을 통해 올해 하반기엔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가 확립되려면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아동도 한국 정부에 출생신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출생신고 길을 터주면, 불법체류(미등록) 중인 부모가 이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정부가 ‘출생통보제 도입’ 계획만을 거듭 밝힐 뿐,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에는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월 초 성명을 내어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은 출생 뒤 즉시 등록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출생신고 제도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에 적극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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