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자 100여명이 성명을 내어, 정신건강 응급 상황을 예방하고 정신장애인 회복을 돕는 지역 내 정신재활인프라 확충안을 실질적으로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김봉규 기자
사회복지학자 100여명이 성명을 내어, 정신건강 응급 상황을 예방하고 정신장애인 회복을 돕는 지역사회 정신재활인프라 확충안을 실질적으로 제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3년 동안 광역 지자체에 정신보건 국비 예산을 지원하고 그만큼 지방비 예산을 합쳐 시·도별 여건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예산은 밝히지 않았다.
27일 국내 정신건강복지학자들과 장애인복지 연구자 등 103명은 ‘인권과 사회통합 지향 정신건강복지정책을 위한 성명’을 내어 “진주·마산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건은 경남 지역이 정신재활서비스 불모지라는 사실을 시사함에도, 지방정부가 정신재활서비스 시설 확충을 방기하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중앙정부 차원의 의지와 책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회 및 직업재활, 주거서비스 등 정신재활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확보 및 지자체 책임 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에 참여한 학자들은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들에 방문 상담 등을 제공하는 병원 기반 사례관리나 낮 병원 확충 등 기존 치료시스템을 강화하기 보단,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정신장애인 사례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선 평균 1개월 안팎 입원기간 동안 치료를 완료하고 퇴원을 촉진시키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평균 95일 정도의 긴 입원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정신의료기관이 단기입원 혹은 단기집중치료를 개발해 장기입원을 해소하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을 추진한 대구대 김문근 교수(사회복지학)는 “진주 참사 등의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책도 달라지는데, 정부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한 사람들을 입원시켜야 한다는 관점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불가피하게 입원을 한다 하더라도 3개월이 지나 지역사회로 돌아왔을 때 현재는 가족 돌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외래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할 기회와 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역 내 재활서비스나 양질의 사례관리가 필요한데, 정부가 해야 할 숙제를 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다시 강제입원으로 풀겠다는 태도는 본말전도”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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