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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무질서한 다뉴브강 유람선들, 충돌 방지는 선장 실력에 달려”

등록 2019-05-30 11:41수정 2019-05-30 15:06

헝가리 유람선 타 본 관광객들 증언
“안전에 대한 설명 전혀 없어”
동유럽 여행 예정 시민들 불안감 호소
29일(현지시간) 저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해 구조선이 구조 및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저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해 구조선이 구조 및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이 침몰해 탑승하고 있던 한국인 7명이 숨지고, 19명이 실종된 가운데, 최근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을 타 본 관광객들은 “다뉴브강에는 수십척의 유람선이 무질서하게 오가는데, 교통 질서가 없어 충돌 방지는 선장 조타 실력에 달렸다”고 증언했다. “유람선에서 사고에 대비한 안내 지시가 전혀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참좋은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2016년 2월 어머니와 함께 동유럽에 다녀왔다는 구아무개(24)씨는 “다뉴브 강은 수십 척의 중소형 유람선이 오가는 곳이었고, 배가 회전하는 과정에서 부딪히지 않게 하는 것은 교통질서가 아닌 선장의 조타 실력에 달려 있는 것 같았다”며 “실제로 몇 년간 문제가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구씨는 “배가 뒤집히는 상황에 대한 안전 안내는 전혀 없었다”며 “안전 문제로 주의 사항을 들은 것은 휴대전화가 강에 빠지지 않게 하라 정도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역시 ‘참좋은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지난 4월18일부터 26일까지 동유럽에 다녀온 홍아무개(64)씨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을 탔다. 여행 필수코스였다. 당시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지시가 없어서 입지 않았다”며 “사고 때 대피 방법 같은 안전 고지도 없었다. 강이 잔잔하니까 위험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홍씨는 “유럽 어디에 여행을 가도 구명조끼를 입어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2017년 6월 다뉴브강 크루즈에 탑승했었다는 김아무개(57)씨도 “구명조끼는 없었고, 가이드가 왔다갔다 하면서 조심하라는 말은 했다”며 “난간에 서 있다든지 그럴 때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바람 부니까 끝 쪽으로 가지 마세요’와 같은 주의를 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참좋은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2014년 6월께 다뉴브강 유람선을 탔던 서아무개(34)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뉴스를 보니 사고가 난 유람선과 같은 배를 탔던 것 같다. 당시 구명조끼를 전혀 권하지 않았다. 배가 느리게 가기 때문에 전혀 사고 위험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서씨는 “선택 관광으로 돈을 지불하고 탔다”며 “내가 갔을 때는 계속 날이 좋았다. 이번 사고 당시처럼 비가 많이 왔다면 유람선을 타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는 가이드의 역할을 지적했다. 서씨는 “날씨가 나빴다면 가이드가 어떻게 안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나이 드신 분이 많기 때문에 보통 가이드가 괜찮다고 하면 가는 분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본인이 판단해서 날씨가 나쁘면 안 탔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는 “내가 여행 갔을 때는 패키지여행 30명 넘는 인원 중에서 나와 남편만 30대였고, 나머지는 모두 50대 이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동유럽에서 크루즈 탑승을 계획했던 여행객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구에 사는 김아무개(67)씨 이아무개(70)씨 부부는 다음달 5일부터 롯데관광 24명 단체 패키지 9일 일정으로 헝가리와 체코,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 3개국 여행을 예정하고 있다. ‘동유럽의 하이라이트 3개국’이라는 이름의 패키지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다뉴브강 야간 크루즈를 타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보여준 여행 일정표를 보면, ‘다뉴브 강변 주변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절경, 다뉴브강 야간 크루즈’, ‘유람선 탑승하여 세체니 다리, 왕궁, 국회의사당 등 다뉴브 강변의 화려하고 웅장한 야경 감상’이라고 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씨는 “평생 처음으로 큰마음 먹고 동유럽 여행을 준비해왔는데 사고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다만 여행을 취소할 생각은 없다. 이런 사고가 났으니 현지에서 안전에 대한 대비를 더 많이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씨도 “유람선을 타는 일정이 있는데, 조금 걱정은 되지만 그대로 탈 예정”이라며 “대신 구명조끼를 준비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오후 9시(현지시각·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께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단체여행객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크루즈선과 충돌하여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인 탑승객 33명 가운데 현재 7명이 구조됐고, 실종자 19명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며, 확인된 사망자는 7명이라고 외교부가 30일 오전 8시께 밝혔다.

사고가 난 ‘하블라니’는 길이가 27m인 2층 짜리 소형 선박이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이 배는 1949년 옛 소련에서 만든 제작된 지 70년이 된 노후선으로 1980년대 헝가리에서 만든 150마력짜리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다. 배의 정원은 60명이며, 관광용 크루즈로 이용될 때는 45명이다. 선주인 파노라마데크 대변인은 <에이피>(AP) 통신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는 일상적인 ‘시내 관광’ 운항 중이었다. 배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현재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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