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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 본 여성들 “나도 비슷한 일 겪었다”

등록 2019-05-30 15:05수정 2019-05-30 19:35

SNS에 비슷한 경험담 속속 올라와
강력범죄 피해자 가운데 90% ‘여성’
시시티브이(CCTV)에 포착된 ㄱ씨의 범행 당시 모습. 영상 갈무리
시시티브이(CCTV)에 포착된 ㄱ씨의 범행 당시 모습. 영상 갈무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여성을 뒤따라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을 계기로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여성들의 경험담이 에스엔에스(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살인과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자 가운데 90%가 여성인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치안에 취약한 주거 환경에 놓인 20~30대 1인 가구 여성의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서울 성수동 한 원룸에 사는 대학생 김아무개(29)씨는 “한때 5개월 동안 신림동에서 자취를 하는 등 자취 7년차인데, 신림동 영상을 보자마자 무서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도 1층에 내려가서 받고 있고, 택배 주문을 할 때는 본명이 아닌 가명을 쓴다”며 “평상시 보안에 취약한 대학가 오피스텔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늦은밤 퇴근길도 공포다. 은평구에서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 강아무개(26)씨는 “신림동 영상을 보고 피해자가 느꼈을 두려움이 단번에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야근을 마치고 자정이 넘어서 집에 들어갈 때마다 내 뒤에 누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섬뜩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그럴 때마다 귀에 꽂은 이어폰 소리를 최대한 줄여서 주변 상황을 주시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 여성은 10년 전 신림동 사건과 쌍둥이처럼 닮은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 여성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7~2008년께 평일 오후 신촌에 있던 오피스텔 현관문을 닫으려는 순간 뒤에서 한 남자가 나타나 문 옆을 손으로 잡고 열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평소 때 본 적 없던 평범하게 생긴 모자 쓴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는 안절부절못하더니 나랑 같은 층에 내렸다. 집이 복도 맨 끝에 있는 터라 뭔가 께름칙해서 천천히 걸었다”며 “문을 열 즈음에 갑자기 뛰어오듯이 성큼성큼 걸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놀란 여성이 순간적으로 문을 세게 닫자 손이 끼인 남성은 비명을 지르며 급히 손을 뺐다. 여성은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주방에서 바로 칼을 꺼내 들었는데 인터폰 카메라로 보니 남자는 문 앞에서 계속 어슬렁거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은 “(신림동과) 거의 흡사한 경험을 했지만 나아진 게 없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여성들은 ‘여자들만 아는 도어락 공포’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VC1adxXQL7L****)는 “몇 년 전 전 남자친구가 늦은 시간에 내 (집) 도어락을 열려고 ‘띠딕 띠딕’하는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신림동 영상만 봐도 소름이 돋는다”고 썼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nomatter_n****)도 “나 역시 대학생 시절 모르는 남자가 바로 도어락 열기 전까지 조용히 내 뒤를 따라온 경험이 있다.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경악을 이해한다”고 썼다. 이 이용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 뒤를 쫓아 여성의 집 앞까지 따라가는 것도 당연히 범죄다. 본인이 충분히 완력으로 제압 가능한 약자를 항거불능의 상태로 몰아갈 수도, 여차하면 목숨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더욱이 (그렇다)”라고 신림동 사건의 심각성을 환기했다. “회사에서 철야근무를 하고 새벽 6시 조금 넘어서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현관문을 닫으면서 뒤돌아봤을 때 원룸 건물에 남자가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같은 건물에 사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두들겼다”(@Fractal_p****)고 털어놓은 여성도 있었다.

“언제까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두려움에 떨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여성(트위터 이용자 @Snow_on_****)은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을 보고 집에 들어올 때 엘리베이터에서 휴대전화에 112까지 눌러놨다. 비밀번호도 엄청 급하게 누르고 문 잠그기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레버를 직접 돌렸고 잠금장치 3개 하고 집에 들어왔다”며 이런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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