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의원 “삼성이 당내 자금관리쪽 인사 접촉”
당사자 입 열땐 ‘석연찮은 433억’ 재수사 불가피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21일 “삼성이 채권 회수를 위해 접촉한 당내 인사는 당의 자금 관리와 관련이 있는 인사”라며 전날 자신이 제기한 ‘삼성 채권 회수설’을 더욱 구체화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끝낸 삼성 채권 문제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삼성이 사용하지 않고 보관했다고 밝힌 443억원의 상당 부분이 정치권에 전달됐다가 회수됐을 것이라는 항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권 의원의 말은 몇 가지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검찰은 삼성이 837억원어치의 채권 가운데 443억여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이 2002년 대선을 겨냥해 애써 채권을 매집해 놓고 절반 이상을 쓰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 삼성이 2년여 전 대선자금 수사 때 검찰의 채권 제출 요구를 거부하다가 이달 초에야 채권을 내놓은 것도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검찰은 권 의원이 제기한 ‘삼성 채권 회수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수사팀 관계자는 “삼성 쪽에서 한나라당 쪽에 ‘추가로 건넨 부분을 이제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게 와전된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렇게 보는 이유는 한나라당으로 간 것으로 추가 확인된 24억7천만원이 따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114억5천만원과 ‘대선잔금’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2003년 11월 삼성에 돌려준 138억원 등 252억5천만원은 ‘종착지’가 ‘확인’된 채권이다. 검찰은 이번에 새로 드러난 24억7천만원의 채권은 입고가 안 된 72억2천만원어치의 일부이거나 이미 환전돼 사용된 114억5천만원어치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수수 창구였던 서정우 변호사가 검찰에서 “채권은 모두 현금화해 당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도 검찰의 추론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다른 검찰 관계자는 “24억7천만원은 삼성이 가져온 채권을 확인하다 비는 부분이 있어 삼성을 추궁한 결과 진술을 받아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채권을 삼성 쪽이 회수하려다 실패했다는 권 의원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삼성 쪽의 거래 제의를 받은 인사를 내세워 의혹을 구체화하면 443억원의 ‘비밀’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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