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30일 이아무개·안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부사장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5일 김아무개 사업지원티에프 부사장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티에프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안 부사장이 증거은폐 외에도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지분매입 등 회계 문제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삼성에피스 지배권 유지를 위한 극비 계획이었던 ‘오로라 프로젝트’ 핵심 구성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부장,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부장을 거쳐, 구조조정본부 기능을 이어받은 미래전략실 전략팀 임원 등을 지내는 등 그룹 핵심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7년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공개된 ‘장충기 문자메시지’에도 그 이름이 등장한다. 2015년 삼성물산-삼성물산 합병 이후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문제와 관련된 서류를 이 부사장이 청와대 쪽에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재무통인 이 부사장 등이 지분매입과 이후 증거은폐를 추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5일 그룹 수뇌부가 모여 삼성바이오 관련 증거은폐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었는데, 이 회의를 연 주체가 ‘지분매입티에프’였다. 지분매입티에프는 2017년 삼성에피스 합작사인 미국 업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졌고, 별칭인 오로라 프로젝트로 불렸다.
검찰은 이 회의 직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업지원티에프→삼성바이오→삼성에피스를 통해 조직적인 증거은폐가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회계사기 핵심 수사 대상인 삼성에피스의 경영 현안(나스닥 상장 및 콜옵션 행사)을 이재용 부회장이 보고받은 정황이 담긴 전화통화 정리 문건을 삭제(<한겨레> 5월25일치 1면)하고, 삼성에피스 경영에 필수적인 서버를 통째로 뜯어 공장 바닥 밑에 숨겼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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