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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실종자 수색 난항…헝가리 시민 “예견된 사고, 한국인 희생 안타까워”

등록 2019-05-31 10:25수정 2019-05-31 13:50

[다뉴브강 참사 르포]
헝가리 현지 언론 “이번 사고는 인재” 지적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선발대도 현장 도착
헝가리 시민들, 다뉴브강 인근 ‘촛불’ 추모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현지 주민, 관광객 등 추모객들이 촛불과 꽃으로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현지 주민, 관광객 등 추모객들이 촛불과 꽃으로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밤 9시(이하 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헝가리 이름 두너강) 머르기트 다리. 밤늦은 시간에도 다리 아래 정박한 대형 크레인은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이곳 인근에서 침몰한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와 실종된 이들을 찾기 위해 구조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전날 내린 비로 강물은 흙탕물이 되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이날 헝가리 언론들은 “현재 다뉴브 강 속은 가시거리가 40~50㎝밖에 되지 않는다. 구조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사고 지점인 머르기트 다리의 2번째와 3번째 교각 사이는 계속 내린 비로 강 위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수면이 높아져 있었다. 이 때문인지 밤 10시 현재 유람선에 타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 33명 가운데 사망자 7명, 실종자 19명, 구조된 이가 7명인 현황은 오전 상황과 변동이 없었다.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은 <한겨레>와 만나 “헝가리 정부가 허블레아니호 인양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나 수심이 깊고 가시거리가 좋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알려왔다. 인양은 지체되고 있으나 수색과 구조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헝가리 현지에서는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헝가리 온라인 뉴스 사이트인 <인덱스>는 “진로를 바꾸려고 한 대형 크루즈 선박과 침몰한 허블레아니호 사이에 제대로 교신이 오가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다뉴브강을 오가는 배들은 자동 선박 식별 및 추적 시스템을 갖추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선박 운항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크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머르기트 다리를 찾았다는 부다페스트 시민 둘라 시에타포(62)는 “오후 1~3시 사이엔 대형 선박 10대가 한꺼번에 이곳을 지나기도 한다”며 “정부가 다뉴브강에서 돈을 벌겠다는 기업들을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견된 사고인데 하필 그 희생자가 한국인이 된 것이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했다. 2016년 기준 다뉴브 강을 운항하는 대형 크루즈 선박은 250개로 집계된다.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 현지 주민, 관광객 등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 현지 주민, 관광객 등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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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도착하는 한국 정부 대응팀

한국 외교부와 소방청 등에서 실종자 수색 등을 위해 꾸린 정부합동 신속대응팀도 사고가 발생한 부다페스트 현장에 속속 도착했다.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의 설명을 보면, 30일 오후 8시30분께 외교부 대응팀과 소방청 구조대 등으로 꾸려진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1차 선발대가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했다. 해경 구조대와 해군 해난구조대 등이 포함된 2차 후발대는 31일 오전 8~9시께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해 즉시 현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신속대응팀 전체 인원은 모두 3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지휘를 위해 급파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31일 오전 8시께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해 바로 사고 현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헝가리 정부는 31일 오전 9시께 구조 진행 상황을 브리핑한다.

주헝가리 한국대사관도 비상대응반을 꾸려 사고 수습 등 대응에 나섰다. 오스트리아와 체코 등 헝가리 주변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도 비상대응반을 파견했다. 이번 패키지여행을 주관한 참좋은여행사 직원 14명도 30일 저녁 8시30분께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해 사고가 발생한 다뉴브강 인근에 대책본부를 꾸렸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기관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고, 여행사는 가족을 돌보는 형태로 역할 분담을 했다.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 현지 주민, 관광객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생환을 염원하며 놓고간 꽃과 촛불이 놓여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 현지 주민, 관광객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생환을 염원하며 놓고간 꽃과 촛불이 놓여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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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르기트 다리 곳곳에 추모 촛불

머르기트 다리는 평소 밤이 되면 황금색으로 빛나는 헝가리 국회의사당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유명 야경 전망대다. 그런 관광 명소가 29일 한국인들을 태운 유람선 침몰로 구조를 기원하고 수색을 지켜보는 참담한 자리가 됐다.

다리 주변에는 헝가리 시민, 현지와 한국 취재진 등 90명가량이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가족, 연인 등과 함께 현장을 찾아 밤늦은 시간 까만 늪처럼 보이는 강과 그 위에 떠 있는 대형 크레인 수색선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머르기트 다리 주변을 서성이며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뉴브 강둑과 머르기트 다리, 강둑에서 작은 도로 하나를 건너면 나오는 또 다른 길 곳곳에는 부다페시트 시민들이 직접 가져와 두고 간 수십여 개의 촛불과 꽃이 길게 놓였다. 시민들은 촛불이 강한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유리 마개를 씌워두기도 했다. 국화꽃을 비롯한 하얀 꽃들도 수십여 개의 촛불 옆에 함께 놓였다. 시민들은 초를 땅에 세우고 불을 붙이고 다시 유리 마개로 덮으며 이번 사고로 실종된 이들이 어딘가에서 살아있길 기도했다.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 현지 주민, 관광객 등 추모객들이 놓고 간 촛불과 꽃이 놓여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 현지 주민, 관광객 등 추모객들이 놓고 간 촛불과 꽃이 놓여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헝가리 대학생 페헤르 사볼츠(23)는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사고가 발생한 것을 처음 알았다”며 “짧은 시간 안에 사고가 벌어졌고 아직도 물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볼츠는 이어 “현재로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곳에 와서 강을 바라보는 것이다. 너무나도 큰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초를 들고 함께 사고 현장을 찾은 헝가리인 레반타와 베르나데 부부는 “1명이라도 살아서 구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현장을 찾은 베트남인 유학생 판 푸옹 위엔은 “많은 이들이 사망한 사고인 데다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이 많아 나를 비롯한 이곳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 같다”며 “사고가 발생하고 24시간가량 지났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그들이 살아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다뉴브 강둑에 여러 개의 촛불을 놓은 파바이 에텔 카도 “지금 물이 차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긴 어려울 것 같지만 여전히 그들이 살아있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남은주 김민제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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