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오전 (현지시각)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 사고 현장을 헝가리 외교부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본 뒤 이동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3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부다페스트에서 생존자들을 만난 뒤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30분 헝가리 한국문화원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존자들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생존자들을 만났는데, 본인들은 살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눈앞에서 잃은 경험을 한 분도 있다”며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해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언론에 사실과 다른 보도가 있어 마음이 아프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있었다. 어떤 경우엔 과실이 그들에게 있는 것처럼 기사가 나왔다고 한다”며 “(생존자들이) 2차 피해를 막아달라고 부탁해왔다.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강 장관은 사고 당시 구명조끼가 없었던 문제에 대해서는 “구명조끼에 대한 어떤 안내도 없었고 선내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고 생존자들은 말하지만,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부 장관은 ‘헝가리에는 분명히 배에 구명조끼를 비치하고 탑승객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며 “헝가리 정부에 앞으로 헝가리를 찾을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서라도 유람선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유람선 인양과 수색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수면이 내려가며 유속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데, 지금으로써는 전문 잠수부들이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고 했다”며 “인양에 대해서는 최대한 노력을 하겠지만 날짜를 밝힐 수는 없다는 것이 헝가리 쪽의 입장이었다. 수면 밑 유속이 빨라서 배를 드는 순간 물살에 휩쓸릴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이어 “40톤 배를 인양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크레인이 여러 대 필요하다”며 “강의 다른 지역에 있는 배도 동원해야 하는데 수심이 높아서 부딪치는 다리가 있다. 수중 운반이 아닌 다른 방법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실종자 수색에 진전이 없어 안타깝다”며 “정부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수색 작업에서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헝가리 쪽에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독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도르 피테르 헝가리 내무장관을 만나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며 “헝가리 쪽에서 혐의는 공개하지 않지만 형사 사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비디오 증거와 함께 100여명 넘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받을 생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검사 출신 법무관이 (정부 신속대응팀에) 있다. 이분 통해서 실종자 가족들의 바람을 팀에 전달하고 가족들 가운데서도 그런 바람을 모을 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9일부터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국 순방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 순방은 오랜 기간 준비한 결과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헝가리를 방문하기에는 정상 순방 준비 절차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다페스트/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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