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현지시각)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현지 경찰과 군 병력 등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해 잠수부를 투입하고 있으나 유속이 빨라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 사고현장에 도착한 한국 신속대응팀 해군, 소방 관계자 등이 헝가리 잠수부들의 입수를 바로 옆에서 바라봤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빠른 유속으로 인한 안전문제로 중단됐던 헝가리 사고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 수중수색 작업이 이번 주말에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31일 오후 7시(부다페스트 현지시간) 헝가리와 한국 합동 구조·수색팀에 참여하고 있는 헝가리 주재 한국대사관의 송순근 국방무관은 “사고현장 수심이 높고 물살이 너무 빨라 당장은 수중수색에 나서기 어렵다. 주말동안은 수상수색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무관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헝가리 구조수색본부와 한국의 정부 신속대응팀 지휘소를 찾아 대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송 무관은 “(세월호 구조 당시 참여했던) 잠수부들이 세월호 사고현장 주변보다도 물살이 빠르다고 했다”며 “월요일(3일) 아침 수심이 1m라도 줄어들면 다시 잠수 작전을 시도할 것이고, 주말에도 수심이 1m 떨어진다면 수중수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헝가리 구조·수색대원들이 사다리와 로프를 이용해 2차례 수중수색을 시도하다 부상 위험이 높아 중단했다. 예년 같으면 5월에 이 지역 수심은 보통 3m 정도지만, 사고가 있기 며칠 전부터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수심이 6m 정도로 크게 높아지고 물살은 3m/s로 속도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
아직 찾지 못한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잠수부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까지 겹치며 실종자 가족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실종자 가족 13명은 사고 현장을 찾아 구조, 수색작전의 경과를 들었다. 외교부는 사망자 7명 전원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이날 도착한 가족들 중에 사망자 가족은 없었다.
31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현지 경찰과 군 병력 등이 허블레아니호 실종자 수색작업을 준비를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선체 인양도 지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색·구조팀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지금은 수심이 높아 40톤 무게의 사고선박을 들어올릴 대형크레인이 다뉴브 강의 다리 밑을 지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수색·구조팀은 수면이 내려가고 물 흐름이 느려지면 잠수부를 투입, 가라앉은 배안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그 다음에 인양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27m 길이의 사고 선박 허블레아니는 다뉴브강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자취를 감추었다. 송순근 무관은 “수중 카메라로 희미하게 선박의 형체가 보이는데 물살이 강해 처음 사고 현장과는 배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수중수색이 중단돼도 배를 이용한 수상수색은 계속될 예정이다. 이날 도착한 한국 해경, 해군, 해난구조대들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은 헝가리 정부로부터 보트를 빌려 하루 6차례, 최대 50㎞까지 다뉴브강 일대를 수색할 계획이다. 송 무관은 “유람선이 복귀하다 사고가 났기 때문에 대다수의 탑승객들이 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경을 보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 시간이어서 배 안이 아니라 갑판 위에 나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저희가 처음에 보고받았던 숫자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상황이 정말 답답하다. 생존자 가족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면 비통하다”며 “월요일에도 안되면 화요일, 수요일 계속 시도한다. 그 사이에도 선상 수색은 계속될 것이다. 두 나라가 함께 찾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