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지 나흘째인 1일 오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한국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유람선 침몰사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참사 나흘째인 1일(현지 시간) 헝가리와 한국 신속대응팀이 만든 합동 구조·수색팀이 헬기와 보트 등을 동원해 공동으로 수상수색에 나섰다.
헝가리와 한국 합동 구조·수색팀에 참여하고 있는 헝가리 주재 한국대사관의 송순근 국방무관은 이날 정오 머르기트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쪽은 헬기, 한쪽은 선박으로 나눠 현장 수상수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무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헝가리 재난관리처 소속 헬기에 한국 신속대응팀 요원이 탑승해 강 하류 50㎞ 내외까지 내려가면서 양쪽 강변 나뭇가지 등을 위주로 살펴보고 있다. 선박은 경우 헝가리 경찰청 소속 경찰 4명과 한국 신속대응팀 소속 팀원 12명(소방 6명, 해경 3명, 해군 3명) 등이 보트 4대에 각각 4명씩 나눠 타고 이날 오전 9시부터 수상수색에 나섰다.
실제 <한겨레>가 이날 머르기트 다리 주변 수색 현장에서 살펴보니, 오전 9시40분께 한국 신속대응팀 4명이 탄 보트가 수상수색을 위해 하류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고, 다른 팀원들은 머르기트 다리 주변을 보트로 뱅뱅 돌거나 강물에 측정기구를 넣어 유속과 수심 등을 측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지선 위에서 헝가리 인력들이 보트를 점검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지 나흘째인 1일 오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한국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유람선 침몰사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헝가리와 한국 합동 구조·수색팀은 또 인접 국가인 오스트리아와 체코, 노르웨이 등에서 2대의 소나(수중음향표정장치)와 수중드론 등의 장비를 빌려오기도 했다. 송 무관은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소나와 드론 설치를 시도했는데, 수중드론은 빠른 유속 때문에 설치에 실패했고, 소나의 경우 전날 헝가리에서 찍은 영상보다는 화상은 좋지만 그 역시 유람선 내부를 볼 수 있는 결과는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배 안에 사람들이 어디에 있을지와 같은 사항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체코의 소나를 물속에 넣어 음파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현재 유람선 허블레아니는 선수가 강 상류를 향하고 있는 상태로 바닥에 가라앉아 좌현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 무관은 이어 “수심의 경우 헝가리 수자원관리국에서 측정한 수심은 5.6m였지만, 한국 요원이 휴대용 수심측정기로 측정한 결과는 8.1m에서 최대 9.3m까지 나왔다”며 “여기 3년 정도 있었는데, 제가 이제까지 본 수심 중에 제일 높다”고 덧붙였다.
현지시간 1일 낮 12시10분 체코 구조팀이 소나 장비를 물속에 넣어 음파로 촬영한 수중 사진.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검은 형체는 허블레아니가 아니라 음파 촬영으로 인한 선박의 음영이고, 실제 허블레아니는 흰색 수직선이 있는 위치에 보이는 흰색 물체다. 사진 아래 쪽이 강 상류이고, 물살은 10시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 신속대응팀 제공.
깊은 수심과 빠른 유속 때문에 헝가리 잠수사는 위험한 상황까지 빠졌었다고, 송 무관은 설명했다. 송 무관은 “한 명의 헝가리 잠수사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던 과정에 배 밑에 걸려서 혼자 나오지 못했다”며 “다른 잠수사가 뒤에서 도와주다가 산소통 밸브가 배밑 고리에 걸려서 공기가 빠지면서 조금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나오는 데 힘들었다. 유속이 빠르니까 제대로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참사 나흘째에 이르면서 유속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송 무관은 “전날 헝가리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초당 3m, 시간당 15㎞였는데, 이날 오전 여기서 측정한 간 시간당 5~6㎞ 정도로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지 나흘째인 1일 오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한국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의 유속 등을 살피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실종자와 유실물 등이 하류로 떠내려가는 걸 방지하기 위한 유실망 설치도 하지 못한 상태라고, 송 무관은 설명했다. 그는 “한국 쪽에서 유실망 설치를 요청했는데, 사람이 들어가서 볼트를 박아서 망을 연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잠수부도 들어갈 사정이 안 되기 때문에 설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무관은 유실물이 발견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통 유람선 관광객들은 큰 가방을 안 가지고 카메라나 소형 백 같은 것만 가지고 타기 때문에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에 온 가족들은 헝가리와 한국 합동 구조·수색팀에 수색 범위를 넓혀달라고 요청했다. 송 무관은 “가족들은 침몰당한 선박에 가족들이 몇 분 계시는지와 그분들을 볼 수 있는 대책을 제일 궁금해했다”며 “아울러 제일 빠른 유속을 고려하면 500~600㎞까지 갈 수 있는데, 세르비아 국경까지 거리가 520㎞ 정도이니 세르비아 쪽과 협조해서 수문에 대한 대책 등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 한 분은 강에 떠내려가는 큰 나무들에 걸릴 수 있으니 헝가리 쪽 방송에 요청해서 지역 주민과 낚시꾼, 관광객들이 보면 신고할 수 있도록 요청해달라고 했다”며 “곧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헝가리와 한국 합동 구조·수색팀은 강물의 수위가 내려갈 가능성이 큰 오는 3일 아침까지는 일단 잠수부를 투입하지 않고 이후 헝가리 측과 협의한 뒤 선내 수색을 시도할 계획이다.
부다페스트/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