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 시절 관할 대학병원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아 정직 징계를 통보받은 현직 경찰이 이를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광태)는 박생수 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부장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를 다시 살펴보더라도 1심 재판부의 기각 판단은 정당하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따랐다.
박 부장은 2012년 5월 서대문경찰서장 재직 당시 “기침이 많이 난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서 소속 정보관을 통해 관내에 있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와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 초음파 등 450만원 상당의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박 부장은 검진 비용을 내지 않았는데, 세브란스 병원은 의료사고 등 12건의 형사사건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 부장은 2016년 이 일로 감찰조사를 받게 되자 4년 6개월이 지나서야 검진비용의 절반인 226만원을 납부했다.
경찰청은 박 부장이 공무원 행동강령에 징계사유로 규정된 향응을 받은 것으로 보고 정직 2개월 및 징계부가금 450만원 처분을 내렸다. 박 부장은 “세브란스 병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었고, 이전 식사 대접에 대한 감사 차원에서 검진비를 면제받은 것 뿐”이라며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는 “병원 관련 형사사건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경찰서장은 경찰서에 접수되는 형사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직위다. 건강검진비 450만원은 감사 표시나 친분에 의한 것이라 보기에는 지나치게 과다하다. 박 부장이 병원 관련 형사사건에 대한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경찰서장은 병원 측과 직무관련성이 있다”며 박 부장이 향응 수수로 공무원 청렴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박 부장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경찰공무원으로, 그의 징계 사유는 공무원에 대한 국민 신뢰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직 2월의 징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공무원 징계양정은 금품이나 향응 등 300만원 이상을 수수하면 중징계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정직은 파면과 해임, 강등에 뒤이은 중징계다.
경찰은 징계 처분이 난 뒤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고, 2017년 6월 박 부장을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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