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원서비스플랫폼인 ‘멜론’이 유령음반사를 만들어 창작자 등에게 돌아가야 할 저작권료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음원서비스플랫폼 업체가 창작자 등에게 수익을 적절히 배분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멜론의 ‘저작권료 빼돌리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음악계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 김태은)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로엔엔터테인먼트 사무실(현 카카오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저작권료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멜론의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2004년 에스케이텔레콤(SKT) 사내 서비스로 시작된 멜론은 2009년 1월부터 에스케이텔레콤 자회사인 로엔(옛 서울음반)이 운영하다, 2016년엔 카카오에 인수됐다.
검찰은 멜론이 에스케이텔레콤 자회사(로엔) 시절인 2009~2011년 유령음반사를 만들어 실제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줄이는 방식으로 저작권료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2011년 이후에도 멜론이 또 다른 수법으로 저작권료를 부당하게 가로챈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멜론이 사모펀드에 매각된 2013년까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멜론이 빼돌린 금액은 수백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한겨레>가 검찰 등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2009년 음원수익은 멜론이 46%, 저작권자가 54%를 가져가는 구조였다. 결국 전체 수익의 54%가 음원 다운로드 비율에 따라 저작권자들에게 분배됐는데, 로엔이 엘에스(LS)뮤직이라는 가상의 음반사를 저작권 분배 시스템에 등록해 저작권자의 몫을 빼돌린 것이다. 엘에스뮤직은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저작권이 불분명한 클래식 음원 등을 가입자의 ‘선물함’ 등에 보낸 뒤 이를 전체 다운로드 건수에 포함시켜 저작권료를 분배받았다.
100만원 매출이 발생하면 54만원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해야 하는데 로엔은 자기 몫 46만원 말고도 유령음반사를 내세워 저작권료의 10~20%(5만4천~10만8천원)가량을 따로 챙겨간 셈이다. 그만큼 다른 저작권자들은 손해를 봐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해 로엔이 부당하게 빼돌린 돈은 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2013년 7월 자회사 에스케이플래닛이 보유했던 로엔 지분 52.56%를 홍콩계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에 2659억원에 매각하고, 2016년 1월 카카오가 로엔의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사들이면서 다시 한번 최대 주주가 바뀌었다. 카카오에 인수된 로엔은 지난해 카카오엠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현재는 카카오에 흡수돼 카카오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이 멜론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맞다. 다만 카카오가 인수하기 전 일이라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현재 파악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계 관계자는 “2010년 11월 인디음악인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이진원)이 갑자기 숨진 뒤 음원서비스 업체의 불공정한 저작권료 분배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시장점유율 1위인 멜론이 그 뒤에도 고의로 저작권료를 빼돌렸다면 음악계 전반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