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8개월 전 제대한 아들, 가이드 되려고 헝가리 온지 15일 됐는데…”

등록 2019-06-03 11:20수정 2019-06-03 22:20

[다뉴브강 참사 현장]

현지 가이드와 함께 탑승한 ‘견습 가이드’ 가족, 다뉴브강 찾아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지 닷새째인 2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사고 피해자 가족이 사고 현장을 함께 지켜보며 슬퍼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지 닷새째인 2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사고 피해자 가족이 사고 현장을 함께 지켜보며 슬퍼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버지는 다뉴브강 앞에서 섰다. 수색 현장을 한참 바라보던 내내 한숨만 내쉬었다.

한국인 33명 등 모두 35명이 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사고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 아래 8번 선착장 인근. 2일(현지 시간) 오전 11시께, 이곳에선 한국인 가족 7명이 모여 서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이들은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서로 어깨를 감싸주거나 어깨에 몸을 기대면서 슬픔을 위무했다. 헝가리 시민 몇 명이 이들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네자, 가족 가운데 한 명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늘 위에선 수색헬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비행했고, 강 위에선 보트가 수상수색을 위해 사고지점 인근을 뱅뱅 돌았다.

이아무개씨의 아들(28)은 허블레아니 탑승객 명단 31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인 33명 가운데 탑승객 명단을 통해 이름이 확보되지 않은 가이드는 2명이다. 참좋은여행은 현지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패키지 여행팀이 도착했을 때 현지 가이드를 배정받는다. 이씨는 아들이 이 현지 가이드와 함께 일한 ‘견습 가이드’라고 말했다. 이씨는 “내 아들은 여행 온 건 아니고 가이드직으로 왔다”며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다가 목돈도 안 되고 대학등록금만큼도 잘 못 벌고 하다가, 여기 온 지 15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아들 이씨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사진을 접했다. 지난해 9월 군에서 제대한 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결혼식이나 기업 행사, 돌잔치 사진 등을 찍었다. 이씨의 친구 박아무개씨는 “오래 전부터 국외 생활을 하고 싶어 했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 했다. 헝가리가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오게 된 것”이라며 “남을 많이 도우려고 하고, 속이는 걸 싫어하는 정직한 친구”라고 말했다. 박씨는 “하루 빨리 가족과 친구들이 기다리는 품으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광고홍보부장은 우리 시간으로 3일 오전 “실종된 이씨는 사고 당시까지 배에 탑승한 줄도 몰랐다. 가이드 일을 하면 등록이 되어야 하는데 안된 상태였다”며 “이씨의 신원은 가족들이 여행사에 먼저 연락을 해와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유람선 야경 투어에 가이드가 2명 탑승할 일은 없다. 저희가 가이드라고 인정하려면 급여가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여행자 보험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고객을 찍기 위한 게 아니라 야경을 찍기 위해 탑승한 거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지 닷새째인 2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교민 등이 사고 현장을 함께 지켜보며 슬퍼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지 닷새째인 2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교민 등이 사고 현장을 함께 지켜보며 슬퍼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버지 이씨는 아들이 가이드 일이 적성에 맞다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아버지 이씨는 “사고를 뒤늦게 알아서 1일에야 헝가리에 합류했다”며 “그냥 아직 얼떨떨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씨는 아들이 차가운 물 속에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빨리 인양됐으면 좋겠지요. 내 새끼가 저 안에 있는데… 빨리 됐으면 좋겠는 게 당연하죠.” 이씨 등은 1시간 정도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다, 낮 12시께 현장을 떠났다.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지만, 수색 작업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첫날 7명 구조, 7명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인 19명을 포함한 2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의 설명을 보면, 부다페스트에 머무르는 피해자 가족은 2일 오후 현재까지 모두 49명이다. 도착한 가족들은 1회 이상 사고 현장을 찾았다.

부다페스트/박윤경, 오연서 기자 yg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땅 꺼지고 주택도 잠겼다…폭우에 전국 900여명 대피 1.

땅 꺼지고 주택도 잠겼다…폭우에 전국 900여명 대피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2.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3.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4.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현장] “성착취물 떠도는 것 알고 자퇴 고민…꼭 살아 있어 달라” 5.

[현장] “성착취물 떠도는 것 알고 자퇴 고민…꼭 살아 있어 달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