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경찰청에서 열린 성평등 감수성 교육 모습. 경찰청 누리집 갈무리.
경찰 총경(일선 서장급) 및 공공기관 임원 승진자들이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강의를 방해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강사의 주장이 나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주의 조처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진행된 ‘치안정책과정’의 성평등 교육을 맡았던 권수현 박사(여성학)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당시 상당수의 교육생들이) 성평등 역량 향상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 이들은 성평등 교육을 거부했고, 방해했으며, 강사의 전문성을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교육에는 오는 7월 총경급 승진을 앞둔 경찰 51명, 일반부처 및 공공기관 임원 14명 등 모두 71명이 참여했다.
이 글에서 권 박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관리자로서의 고민이 무엇인지 조별 토론을 제안했으나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냐’ ‘졸리다’ 등의 불평을 하며 15명이 넘는 교육생이 자리를 이탈했다”며 “(특히) 2017년 현재 경찰 내 여성 비율이 11.1%라는 설명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소속 승진 예정자는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라고 말하는 등 다수의 교육생들이 성평등한 조직 만들기라는 관리자의 과업을 부정했고, 동료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권 박사는 이 건보공단 임원이 “맨 처음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빨리 끝내라’라고 요구했던 교육생”이라고 덧붙였다.
권 박사는 “50대 여자 박사인 강사와 그 강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성평등이라는 주제 자체를 조롱하는 것”이라며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조직, 경찰 수뇌부에 왜 성평등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달 25일 민갑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하는 ‘성평등 감수성 향상 교육’에서 이 일을 언급하고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민 청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치안정책 과정에 경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아마 강연자가 경찰 상황에 맞춰서 문제를 설명한 것 같은데, 경찰이 아닌 분이 자기 상황에 안 맞은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생의 자세로는 문제가 있어서 주의 조처를 했다”며 “구체적인 사안을 확인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교육에 참여했던 건보공단 정아무개 부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강사가 경찰 성비를 50대 50으로 맞춰야 한다고 강요했다. 그 내용에 대해서 교육생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토론해보자는 것이었는데, 우리 공단의 경우 여성 (신규) 채용 비율이 50%가 넘는 추세다. 우리는 토론 상황과 안 맞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빨리 끝내라’는 말을 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는 말 안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권 박사는 이날 오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업에서 ‘남녀 50대50 맞춰야 한다’고 말한 적 없다”며 “국제 사회의 인사 정책 흐름에 대해 브리핑하려고 준비해온 자료 첫 화면에 여경 비율 통계가 있었는데, 그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딴지’만 받다가 강의가 중단됐다. 그들은 강사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네가 날 가르쳐?’라는 태도로 반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선담은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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