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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헝가리 ‘선내 수색’ 대신 인양에 집중…한국 “설득해보겠다”

등록 2019-06-03 22:39수정 2019-06-03 22:53

수심 낮아졌지만 유속 빠르고 시계 나빠
잠수부들 선내 진입 못하고 주추변 탐색만
헝가리 “선체 훼손없는 인양 목표”
3일 오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한국 신속대응팀과 헝가리 재난대응팀이 유람선 침몰사고 희생자 수색작업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일 오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한국 신속대응팀과 헝가리 재난대응팀이 유람선 침몰사고 희생자 수색작업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헝가리 이름 두너강)에서 유람선 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째인 3일(현지시각) 본격적인 첫 수중 수색이 시작됐지만, 헝가리 잠수부들은 선내로 진입하지 못한 채 선체 주변을 탐색하는 데 그쳤다. 이날 오전 11시께 열린 한국·헝가리 합동브리핑에서 헝가리 당국은 “선내로 진입하는 것을 엄정하게 금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선체 외부 상황을 조사한 뒤 헝가리 정부를 다시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헝가리 쪽은 선내 수색 대신 인양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당국은 현재 다뉴브강의 수심과 유속, 시계 등을 고려했을 때 선내로 진입하는 것은 잠수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야노시 허이두 헝가리 대테러청장은 “날씨와 강 유속 등 환경이 조성되면 하루에도 여러번 잠수할 예정이다. 저희는 신속한 인양 작업을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한가지 예외가 있다”며 “선내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엄정하게 금한다. 선내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생명에 많은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다뉴브강의 수심은 사고 당시보다 16㎝가량 낮아졌지만, 유속이 초당 4m 수준으로 빠르고 앞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허이두 대테러청장은 “선체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인양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헝가리 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3차례 잠수 결과를 종합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허이두 청장은 “30일에 첫 잠수 시도를 했지만 잠수부가 내려갈 수도 사다리를 고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31일 역시 머르기트 다리 기둥에서 잠수를 시도했지만, 잠수부가 몸 자체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며 “31일 시도 땐 공기를 주입하는 케이블에 문제가 생겨 잠수부가 물 밖으로 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정부의 이런 방침에도 우리 신속대응팀은 3일 잠수 결과를 토대로 수중 수색을 5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헝가리 정부에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신속대응팀 송순근 수색구조대장은 “헝가리 당국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잠수 결과를 보고 가능하다면 5일까지도 계속 물속으로 들어가서 선내에 진입해 주검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를 낸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의 선장이 추돌 직전 무전 교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추돌 직후 사고 현장으로 후진해 돌아왔다가 물에 빠진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향하는 영상이 공개된 데 이어 이런 주장까지 제기되며 바이킹 시긴 쪽의 책임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허블레아니가 침몰할 당시 인근에서 다른 선박을 운항하고 있던 졸탄 톨너이 선장은 2일(현지시각) 현지 방송 <티브이2>(TV2)와 한 인터뷰에서 “당시 여러 주파수의 무전 교신을 계속 듣고 있었지만 사고 직전까지 바이킹 시긴 선장이 무전 교신을 이용하는 걸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박들이 이동 경로를 바꾸거나 추월을 하려고 할 때는 주변 선박들과 무전으로 교신하도록 돼 있는데, 바이킹 시긴 쪽으로부터 추월 뜻을 알리는 경고 교신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톨너이 선장은 바이킹 시긴이 통신을 한 것은 “작은 배(허블레아니)가 자기 배 밑에 침몰한 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바이킹 시긴의 선장이) 영어와 독일어, 러시아어를 한 문장에 섞어 말을 하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며 “헝가리 선박의 교신을 듣고서야 사고가 났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티브이2>는 톨너이 선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며, 사고 직후 머르기트 다리로 출동했던 경찰관이 당시엔 사고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바이킹 시긴 선장이 경찰에 사고 사실을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헝가리 일간지 <마자르 넴제트>도 이름을 밝히길 꺼린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바이킹 시긴의 선장이 허블레아니 선장에게 추월할 것이라고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추돌 이후 사고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부다페스트/박윤경 남은주 기자, 이정애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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