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야당을 비방하고 보수단체를 지원한 유성옥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이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4일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성옥 전 단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 및 자격정지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을 총괄하던 간부로서 누구보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의무가 갖는 중요성과 정치관여행위의 해악을 잘 알고 있음에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다.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유 전 단장은 원 전 국정원장과 공모해 민간인 3500명이 모인 ‘외곽팀’을 동원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에서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 정치인을 비방하는 댓글 공작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보수단체를 지원해 야당 인사 규탄 집회를 열고 시국 선언 광고를 게재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도 벌였다. 이러한 온·오프라인 활동 비용은 국정원 예산으로 지급돼 국고를 횡령했다는 혐의도 더해졌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했지만, 일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박원순 전 변호사 규탄집회와 이상돈 중앙대 교수 비방, 민주당의 ‘조건 없는 대북 쌀 지원’ 주장 등 오프라인 활동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며 면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보수단체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시국광고를 게재하도록 5600만원을 지원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온라인 활동으로는 1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97개 게시글 중 9개가 정치관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예산을 활용해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와 관련해 국고손실이 아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공범관인 원 전 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고손실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법령상 원 전 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 국고손실로 처벌할 수 없다. 검찰이 국고손실의 죄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횡령죄를 적용해 달라는 예비적 공소사실 변경을 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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