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자 강도로 몰려 구속
진범 붙잡힌 지 1주일 지나서야 풀려나
“경찰 수사서 가혹행위” 주장…검·경 부인
진범 붙잡힌 지 1주일 지나서야 풀려나
“경찰 수사서 가혹행위” 주장…검·경 부인
40대 가장이 강도로 몰려 74일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풀려난 사실이 21일 뒤늦게 밝혀졌다. 당사자는 수사 과정에서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물론 검찰에서도 그의 하소연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한아무개(45·울산 울주군)씨는 9월 울산의 한 주차장에서 부녀자 2명을 흉기로 협박해 35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10월2일 울산서부경찰서에 구속됐다. 한씨는 경찰에서 무죄를 주장했으나 경찰은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한씨를 범인으로 지목한데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칼과 피해자를 묶은 끈이 한씨의 차량과 집에서 발견된 점 등을 이유로 한씨를 구속했다.
울산지검도 같은달 7일 한씨의 수사기록과 신병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20여일 동안 추가 수사를 벌이면서 한씨의 거듭된 무죄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한씨는 검찰에서 “당일 오전 세차장에 맡긴 승합차를 찾은 뒤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알리바이를 댔으나, 검찰은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해 같은달 26일 한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이달 7일 강도 피해자들이 빼앗긴 수표를 사용하던 진범 배아무개(42·부산 덕천동·전과 9범)씨가 경찰에 잡혔다. 한씨는 그로부터 1주일 만이며 구속된 지 74일 만인 14일에야 석방됐다.
한씨는 “경찰이 피해자의 말만 듣고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팬티를 벗기는 등 인권을 유린한 데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진범이 잡힌 지 1주일이 지난 뒤에야 풀어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진범이 잡힌 뒤 수사 절차상 여러 가지 정황을 확인하느라 한씨를 즉각 풀어주지 못했다”며 “피해자가 ‘한씨 몸에 화상 흉터가 있다’고 진술해 수사관 1명이 경찰서 안 숙소에서 한씨의 몸을 수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울산지검 관계자도 “ㅎ씨가 피해자 대질 때 자신이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옆구리의 흉터를 보여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ㅎ씨가 검찰에 송치된 뒤에도 계속 범행을 부인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범인에게 납치돼 1시간30분 동안이나 같이 있던 피해자가 대질 과정에서 한씨를 진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범인으로 보고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기소한 뒤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폐쇄회로 화면을 통한 3차원 입체영상으로 진범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의뢰했었다”고 말해, 검찰도 ㅎ씨의 범행을 확신하지는 못했음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석방이 늦어진 경위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진범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이틀이 걸렸고, 그를 송치한 뒤 검찰에서 구속취소를 신청하는 데 시간이 걸려 다시 5일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성상욱(35·사시 42회) 검사는 “한씨가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이 발견되지 않는 등 일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지만 한씨를 지목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돼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사 기법과 체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김태규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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