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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실종된 헝가리인 선장과 선원, 그들은 천상 뱃사람이었다”

등록 2019-06-05 16:16수정 2019-06-05 16:22

헝가리인들과 현지 언론 “허블레아니호 선장과 선원은 잘못 없었다”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엿새째인 3일(현지시각) 오후 사고현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서 헝가리인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원하며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엿새째인 3일(현지시각) 오후 사고현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서 헝가리인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원하며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5와 33, 그리고 2.

35명은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에 탑승한 사람 숫자다. 33명은 한국인 탑승객이고, 2명은 헝가리인 선장과 선원이다.

5일 현재, 한국인 33명 가운데 7명이 사고 직후 구조됐고,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으며, 14명이 실종 상태다. 허블레아니호의 헝가리인 선장 라즐로(58)와 선원 자노스(53)도 한국인 14명과 함께 주검조차 발견되지 않은 채 실종 상태로 머물러 있다.

5일 <한겨레> 취재와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선장 라즐로는 베테랑 항해 전문가였고, 선원 자노스는 어릴 때부터 배 모는 일을 하고 싶었던, 천상 뱃사람이었다.

지난 3일 오후 7시 헝가리인과 교민 수백명이 모여 ‘추모의 아리랑‘을 부르는 자리에서 만난 한 헝가리 여성은 라즐로 선장과 친구 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데, 라즐로 선장의 18살 아들이 나의 고객이기 때문에 그 가족 모두가 나와 친구 사이”라며 “그 아들이 이날 내게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는데 평소 아버지가 입던 닻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왔다”고 말했다. 이 여성의 설명에 의하면, 라즐로 선장은 “친절하고 책임감 강하고 다정하고 말수가 별로 없는, 평화로운 사람”이었다고 한다. 물과 바다를 좋아하는 정직한 사람이었고, 어릴 때부터 배를 모는 것이 꿈이었다고도 했다. 이 여성은 “라즐로 선장은 네덜란드에서 굉장히 큰 배를 몰기도 했는데, 이제 큰 배보다 작은 배를 몰고 싶다고 해서 사고가 났던 지난달 29일 원래 그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다른 선장을 대신해 허블레아니를 몰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나는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사는데, 창문을 통해서 사고 지점을 볼 때마다 라즐로 선장이 떠올라 너무 고통스럽다. 선장에게 작별인사를 해주고 싶고, 한국 사람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헝가리 언론 <보스>도 이 여성과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익명의 선원 2명은 라즐로 선장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라즐로 선장은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소속된 회사에서 5년 동안 일했는데, 아주 끈기 있고, 성실하며, 위기 때마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해왔던 굉장한 전문가였다”고 말했다. 선원 레반테는 <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라즐로 선장과 선원 자노스 둘 모두와 함께 운항을 해왔기 때문에 그 둘을 잘 안다”며 “영상을 봤을 때, 허블레아니호가 (침몰 직전) 방향을 틀었던 건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가 이미 뒤에서 치고 나오면서 앞부분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라즐로 선장과 자노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종된 선원 자노스의 81살 노모는 <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때 군인이었던 아들은 어릴 때부터 물을 사랑했고, 티소 강 지류에서 굉장히 많은 연습을 할만큼 배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며 “아들은 몇년 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다뉴브 강에 재를 뿌려줘’라고 말했을 정도로 일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노모는 “처음엔 아들이 생존자이길 바랐지만,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를 사랑했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부다페스트/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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