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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복지부 ‘낙태정책 논란’ 에 만든 자문위 반년간 개점휴업

등록 2019-06-06 07:51수정 2019-06-06 08:45

성평등 자문위 지난해 12월 출범
회의 한번…정책 제언통로 없어
일부 위원 ‘형식적 활동’ 문제제기
“6월말 회의 위원 의견 반영할것”
지난해 12월 열린 보건복지부 성평등 자문위 발족식 및 1차 회의.  사진 복지부 제공
지난해 12월 열린 보건복지부 성평등 자문위 발족식 및 1차 회의. 사진 복지부 제공

임신중절(낙태) 정책 등 성평등 관점에서 어긋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보건복지부가 ‘성평등 자문위원회’를 설치했으나, 자문위가 출범한 지 반년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1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민간위원 10명과 국장급 공무원 4명으로 구성된 성평등 자문위 출범식 겸 첫번째 회의를 열었다. 당시 복지부는 성평등 자문위 역할에 대해 의료 및 사회복지 시설 운영, 돌봄·인구정책, 국민연금제도 등 분야별 사업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개선 사항을 조언하고, 새로운 성평등 사업을 발굴·제안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 복지부 성평등 자문위 회의에 참여한 여러 민간위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12월 1차 회의 이후 지금까지 회의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으며 정책 자문이나 제안 활동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위원은 “1차 회의 당시 복지부가 1년에 두 차례 회의를 하고 다음 회의 때(6개월 뒤) 회의록을 준다고 해 여러 위원들이 너무 형식적인 활동 아니냐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했다”며 “복지부에선 성평등 전담부서(양성평등정책담당관)가 신설되니 이에 맞추어 가능한 빨리 회의를 열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또다른 위원 역시 “복지부 정책이 일상에서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위원을 맡겠다고 했는데 1년에 회의를 두 번 한다고 해 황당했다”며 “점심 식사를 겸한 1차 회의 때 성인지 예산이나 성별영향분석평가 등 간단한 자료를 주었는데 그때 받은 자료만 봐서는 제대로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자문위 운영을 제대로 하는 기관은 기관장이나 기관장 여력이 안되면 고위 인사가 참여해 한달에 한번 꼴로 회의를 열고, 회의 주제 역시 기관이 아닌 자문위 위원들이 선정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성평등 자문위 출범 당시엔 출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출산정책과에서 운영 책임을 맡고 있었다. 지난 4월30일 국무회의에서 복지부를 비롯한 8개 기관에 성평등 전담부서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하는 직제안이 통과된 이후 기획조정실로 운영 책임이 넘어간 상태이다. 지난 반년동안 자문위 회의가 열리지 않은 데 대해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올해 초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소원선고에 대응하는 사이 자문위 운영 업무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신설되는 기획조정실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남점순 복지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대행)은 “성평등 자문위 정기회의를 반기별로 1회씩 개최하기로 했으나 올해 상반기 회의가 다소 늦어진 것”이라며 “6월말 열릴 자문위 회의에서 위원들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임신중절 수술 허용 사유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한 모자보건법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지난해 헌재가 임신중절 처벌 조항(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중임에도 ‘의료행위 행정처분 규칙’ 개정을 통해 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 중 하나로 명문화하고 이를 어긴 의료진에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겠다고 공포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9월 복지부는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의료기관 행정처분 규칙 개정’ 등과 관련해 현 시대 변화와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전문가·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양성평등위원회를 장관 직속으로 설치하고, 양성평등 전담 부서를 마련해 정책과 행정 전반에 대해 성평등 차원에서 평가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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