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유해한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애경산업이 정부조사 무마 명목으로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수천만원의 뒷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지난해 애경 쪽으로부터 6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지난 7일 양아무개씨를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양씨는 국회의원 비서관·보좌관으로 오래 일했다. 뒷돈을 받을 당시에는 여의도 정치권을 이미 떠난 뒤였지만, 검찰은 양씨가 국회 또는 특별조사위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논의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들여다 보고 있다.
국회는 2017년 11월 진통 끝에 사회적참사특별법을 어렵게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여야가 동수로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 특별조사위가 꾸려졌고, 지난해 12월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1년간 직권조사를 하기로 의결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애경산업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애경산업이 구체적으로 양씨에게 어떤 청탁을 했는지, 양씨가 특별조사위 등에 실제 로비를 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로비를 했지만 실패했을 수도 있고, 아예 특별조사위 쪽에 청탁이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사 상황 등 환경부 내부 문건이 애경산업 쪽으로 건너간 정황을 포착하고, 전달 당사자로 지목된 환경부 서기관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2002∼2011년 화학물질인 시엠아이티(CMIT), 엠아이티(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2016년 첫 수사 당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 이후 유해성이 입증된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재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관련 자료를 숨긴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로 지난 3월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판매 당시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안용찬 전 대표는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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