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논쟁 소모적…건강권 보호 지혜 모아야”

청소년 지원 및 교사·학부모 21개 단체 성명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것 자체를 부정하는 소모적 논쟁 중단을 촉구한다.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인한 폐해에 대한 대응, 게임 소비자 건강권 보호라는 본질에 충실해 산·학·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탁틴내일·깨끗한미디어를위한교사운동 등 청소년 지원, 교사·학부모 단체 21곳으로 구성된 ‘지속가능 디지털미디어 환경개선을 위한 시민네트워크’는 13일 성명을 통해 게임사용장애 관련 공방 중단과 게임 소비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선 게임사용장애(게임에 몰두해 일상이 붕괴된 상태를 12개월 이상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 개정안이 통과돼 2022년 발효가 확정됐다. 이를 국내 정책에 반영하는 데 대해 게임업계나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단체인 문화연대는 세계보건기구 결정으로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가 논의되지 못한 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 등 게임을 악마화하는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 디지털미디어 환경개선을 위한 시민네트워크는 “게임 과다 사용으로 고통받는 피해자와 가족을 무시하는 건 지속가능한 게임산업 진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게임업계와 문화부가) 안전하고 건강한 게임 이용환경을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하며, 보건의료 및 청소년 건강복지 전문가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게임사용장애 질병 분류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의사들 이익을 위해 추진된 사안이라는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의학·보건·심리·사회복지 등 다학제 전문가들이 공중보건 향상을 위해 일하는 곳이지 의사 이익단체가 아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문가 회의를 통해 (질병 분류) 근거를 확인했고, 이를 근거로 194개 국가가 만장일치로 새 국제표준질병분류에 게임사용장애를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은 게임이 (타깃이) 아니라, 지나친 게임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 기능 유지가 어려워진 사용자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건강한 게임 이용 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정부가 기계적 중립 입장을 취할 것이 아니라, 의료·보건·심리·간호·사회복지 뿐 아니라 청소년·교육 영역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해 실질적 후속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