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보화사업 입찰 과정에서 20여년간 전직 법원공무원이 설립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뇌물을 받은 전·현직 공무원 등 18명에게 징역 10년 등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송인권)는 대법원 전자법정 구축사업 비리 재판에서,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전직 법원행정처 전산국 정보화지원과장 강아무개씨에게 징역 10년형 및 벌금 7억2천만원을 선고했다. 강씨와 함께 행정처에 근무한 전 사이버안전과장 손아무개씨도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에 벌금 5억2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비춰 누구보다 청렴해야 할 법원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한 것은 용인될 수 없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7급 법원주사보 출신인 남아무개씨는 2000년 퇴직 후 동료 직원들의 권유로 전산장비 납품업체 드림아이씨티와 인포브릿지를 설립했다. 그 뒤 20년간 법원 인맥을 이용해 497억원대 법원 발주 사업 36건을 독점적으로 수주했다. 법원행정처 직원들은 남씨에게 입찰 관련 경쟁사 자료 등 법원 내부 정보를 남씨에게 유출하거나 남씨 업체가 독점한 제품 사양에 맞춰 입찰을 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남씨가 “4명의 공무원에게 공여한 뇌물액 합계만 6억9천만원 상당”이라며 “남씨가 공무원과 유착관계를 맺으려 적극적으로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뒤 청탁을 요구했다. 청탁 내용도 단순 편의가 아닌 법원 내부 정보 제공 등 부정한 업무 집행과 관련돼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남씨에게 4년간 3억5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강씨에 대해서도 “법원 내부 정보 유출에 직접 관여되진 않았으나 부하직원들의 범행을 알면서도 제지하기는커녕 독려하는 취지의 지시를 하고 뇌물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전자법정 업무 관련 납품업체 담당자에게 2015년부터 2억9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손씨에 대해서도 “언론보도로 사건이 불거지자 수사에 대비해 남씨와 진술을 맞추려는 시도도 했다.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이 담당하던 납품업체 담당자에게 7년간 식당이나 술집에서 접대를 받고 67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전산직 공무원 유아무개씨에게도 징역 6년에 벌금 1억2천만원을 선고했다. 또 남씨에게 받은 정보로 입찰에 참여하거나 뇌물을 제공한 납품업체 직원들에게는 2~3년형의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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