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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거동불편 노인은 이성이 목욕시켜도 된다?…법원 “수치심 판단 우선”

등록 2019-06-24 09:50수정 2019-06-24 20:44

장기요양급여 방문목욕, 요양보호사 2명 목욕 도와

노인들 “다른 성별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면 불편”

건강보험공단 “노인 안전 직결…반드시 2명이 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거동이 불편한 김아무개(74·여성)씨는 목욕을 할 때면 ‘방문문욕’ 도움을 받았다. 방문목욕은 정부가 제공하는 장기요양급여 중 하나다. 요양보호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목욕을 도와준다. 옷을 벗기고 몸을 씻기는 과정을 보조하기 때문에, 두 명의 요양보호사 중 남성이 껴있을 때면 김씨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신체 절반이 마비돼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이아무개(55·남성)씨도 여성 요양보호사가 목욕을 도우려 할 때마다 원치 않는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방문목욕 당사자들의 불편함을 알게 된 ㅅ장기요양기관은 평소 두 명의 요양보호사를 파견해 목욕 전후 과정을 지원하면서도, 몸을 씻길 때 만큼은 성별이 같은 요양보호사 한 명만 맡도록 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ㅅ기관의 조처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몸을 씻기는 과정은 반드시 두 명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공단은 ‘두 명 몫’으로 부당하게 지급된 3년치 장기요양급여 1980만원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ㅅ기관은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는 고령 수급자의 의사 판단 등을 종합한 뒤, 1심과 마찬가지로 ㅅ기관의 손을 들어줬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고시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방문목욕에는 원칙적으로는 두 명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하지만,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수급자가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면 한 명의 요양보호사만 목욕에 참여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법전에는 없는 ‘수치심’을 정의하는데 공을 들였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이 노출됐을 때 생기는 고통스러운 감정”이자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 자신의 비정상적 약점이 노출된다는 생각에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 퇴화하는 몸을 갖고 있는데, 사람은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있으므로 신체 활동을 하는 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고 짚었다. 방문목욕 당사자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데다, 잘 알지 못하는 이성에게 자신의 벗은 몸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2016~17년에도 법원은 “강제로 타인에게 알몸을 노출해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노인 인권을 침해했다”며 여러차례 보건복지부 고시의 위법성·위헌성을 지적하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단 쪽은 방문목욕이 노인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2명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 환수 조처에는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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